Music: Willy’s Sunny Side by The Whole Other.
  • 숲과 잠최상희 지음해변에서랄랄라 2020-05-28장바구니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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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Hannah‘s Song by Chris Hau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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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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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기대거나 숨길 곳이 없는 평원에 사방으로 노출된 채로 혼자 서있는 느낌이 생생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기거나 무조건 달려야 할 것 같은 마음. 오싹하거나 서늘하기보다 끈적이는 답답함, 억울함, 차곡차곡 쌓인 분노같은 것들이 내내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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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은 상처받은 마을이 얼굴을 감싸려 들자 그 손을 잡아 뜯었고, 타지 사람들은 그 맨 얼굴을 보겠다며 몰려들었다 (23).”

    서평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지 이틀째다. 언제나 대단하지도 않은 감상들과 아무렇게나 적는 서평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희미하더라도 글 전체에 대한 어떤 인상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에 대해 어떻게 두루뭉술하게 뭐든 적을 수 있게 되는데 <타오르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다만 등골이 서늘한 스릴러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범죄 수사물은 아니라고 느낀다. 밴나의 경험을 빌어 표현하자면 평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 붙잡거나 기대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곳에 꼿꼿이 서 있어서 오싹할 정도로 노출된 느낌. 추위나 어둠보다 더 심장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기분 나쁘게 끈끈하고 갑갑한 느낌. 자극적인 오락이나 카타르시스, 순간의 서늘함을 바라는 사람들을 벌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이 부분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아주 잘 써진 글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마음 편안히 좋았다든가 인상적이었다든가 이런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책에서 단 한 부분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고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100% 확신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고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해서 무작정 달리거나 엎어져 기거나 내리쬐는 빛과 열기를 무방비로 받아내야 하는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그랬다. 보기 싫은 것도 끝까지 보는 편이 낫다고, 의미 없는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는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게 된다 한들. 눈을 감았다. 지금은 싫어하는 것들을 피해 시선을 돌리고 돌리다 눈둘 곳 없는 세상을 살고 있었다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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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196).”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 삶에 대한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연락처를 묻고 종종 안부를 물어야 하나. 지금 간소하게 뭐라도 대접해야 하나. 아니면 성실히 살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착하고 바른사람이 되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행복하게 잘 살라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면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원은 내가 때때로 느끼는 이런 불편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시간을 견뎌왔을 것이다.

    유원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조심성 많은 아이로 자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해맑거나 아무렇지 않아서는 안되었다. 모두 유원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행복을 바란다고 했지만 정말 행복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 유원을 보면 의아해하거나 당황스러워 했다. 누구든지 타인을 다 도려낸일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다른 누군가를 보고 나는 언제나 그 누군가 덕분에, 그 사람 대신 살아남은 것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나를 들뜰 수 없게 만들고 가라앉아 있는 상태를 예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뭐든지 잘하고 나를 업어 키운 데다가 날 구하고 자신은 죽어버린 사람만큼은 아니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거기에 누군가는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부정할 수 없이 내가 망가뜨린 그 사람의 부분을 주물럭거린다면, 그 사람이 나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리 이롭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사람이라면, 들떠서 내키는 대로 더더욱 살 수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마스터키라도 들어온 후 밖에서 잠기면 쓸모가 없다지만, 직설적이고 쿨한아이와 함께 있고 자식을 적당히 깎아내림으로써 보호하는 요령은 없지만 섬세한 엄마가 챙겨준 초코바 두개가 있다면, 옥상에 갇혀도 그 높이가 울렁거리지 않고 오히려 설렘,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날 구해준 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부탁을 솔직히 거절하고, 우산을 가지고 데리러 오겠다는 친구에게 선뜻 그래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내어주는 사람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솔직하게 말하고, 쫓기는 게 아니라 내 걸음으로 멀어지거나 내가 쫓아가볼까 생각할 수 있다. 미안함에 짓눌려서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진심으로 대할 수 있다.

    엄마가 사람 인()은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이라고, 누구나 상부상조하며 사는 것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싫은데? 아닌데? ?’ 생각하며 나는 독야청청이든 독야칙칙이든 혼자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반항을 했다. 하지만 유원의 용기를 마주한 후 그렇게 어리광 피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있는 그대로 말해도 내 삶을 누군가의 그늘 아래 몰아넣는 것이 아님을 알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미안한 것은 미안하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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