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상처받은 마을이 얼굴을 감싸려 들자 그 손을 잡아 뜯었고, 타지 사람들은 그 맨 얼굴을 보겠다며 몰려들었다 (23).”
서평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지 이틀째다. 언제나 대단하지도 않은 감상들과
아무렇게나 적는 서평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희미하더라도 글 전체에 대한 어떤 인상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에 대해 어떻게 두루뭉술하게 뭐든 적을
수 있게 되는데 <타오르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다만 등골이 서늘한 스릴러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범죄 수사물은 아니라고 느낀다. 밴나의 경험을 빌어 표현하자면 평원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 붙잡거나
기대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곳에 꼿꼿이 서 있어서 오싹할 정도로 노출된 느낌. 추위나
어둠보다 더 심장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기분 나쁘게 끈끈하고 갑갑한 느낌. 자극적인 오락이나 카타르시스, 순간의 서늘함을 바라는 사람들을 벌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이 부분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아주
잘 써진 글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마음 편안히 좋았다든가 인상적이었다든가 이런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책에서 단 한 부분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고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100% 확신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고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해서 무작정 달리거나 엎어져 기거나 내리쬐는 빛과 열기를 무방비로 받아내야 하는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그랬다. 보기
싫은 것도 끝까지 보는 편이 낫다고, 의미 없는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는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게 된다 한들. 눈을 감았다. 지금은
싫어하는 것들을 피해 시선을 돌리고 돌리다 눈둘 곳 없는 세상을 살고 있었다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