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과 수평선
요시 마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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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과 수평선

요시 마사코​/ 대원씨아이 / 2014.11.15

 

CONTENTS

푸딩과 수평선

코스모스 남자

네 안의 나

노란 달

30

HAPPY TRAIN


여자의 인생은 불과 몇달만에 변해버린다.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

하야먀의 잡화점에서 점장으로 일하는 신혼주부 히후미는 어느날 옛 남친 코우타와 우연히 재회한다.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인연이 아니었던 두 사람.

코우타는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만, 히후미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장소에 있는데….

조금은 애절하고 조금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다섯가지 사랑 이야기를 수록.

 



푸딩과 수평선

​코우타와 히후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연인사이였던 두 사람은

어느날 우연찮게 동네 슈퍼의 주차창에서 만나게 된다.

담당하는 소설가 선생님의 도망으로 여기저기 필사적으로 돌아다니기에 바쁜 코우타에게 그녀와의 만남은 잠깐의 휴식처.

함께하는 짧은 시간동안 코우타와 히후미는 둘만이 공유한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자의로 놓아버렸거나, 놓쳐버렸거나 둘 중의 하나인, 지나간 둘만의 과거와 배경의 수평선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이야기.

 

 

 


코스모스 남자

​――― 서른이 되어도 둘 다 아직 독신이면, 그때는 둘이 결혼할까?

대학 시절, 장난스럽게 다가왔던 키리와의 약속. 오로지 일만 해온 카나이는 어느 날 그 약속을 떠올리게 되고,

약간의 사건을 계기로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농사를 짓고있다는 키리를 찾아간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한 걸음 나아가는 카나이가 어쩐지 빛나보인다.

사랑은 이루어져야만 사랑이라고 여길 수 있는 감정일까?


네 안의 나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 입가의 점이 귀여운 남자아이. 밝고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아이.

사랑했던 남자의 아들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야마시타. 상대방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우연의 첫 만남 이후로도 종종 마주치는 야마시타와 타카토.

야마시타가 타카토를 통해 떠올리고 겹쳐보았던 그녀의 옛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옛사랑에 관련된 전반적인 생각을 한 번 정리할 계기가 되어준 이야기.


노란 달

6년 사귄 남자친구에게서 이별 선언을 통보받은 사토.

이별의 후유증으로 술집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마시던 도중, 처음보는 남자에게서 의미불명의 말을 듣는다.

그와 사소한 해프닝이 있던 후에, 사토와 남자는 새벽 종일 함께 놀고 마시며 각자의 슬픔을 털어낸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알고보니 사토와 연관이 있던 남자였던 것.

보름달이 비추는 환한 밤하늘 아래에서, 사토와 스즈키는 어떤 새로운 앞날을 향할 수 있을까?


30

​서른 살 카나와 스물 일곱 만화가 슈우지.

만화를 좋아하던 카나가 슈우지의 작품을 읽고 푹 빠진 것이 계기가 되어 만나게 된 두 사람이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불안함을 느낀 카나는 의도치 않게 슈우지에게 결혼을 압박하는 말을 건네버리게 된다.

그 후 잠시뿐이지만 서로 만나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고, 그 시간을 통해 카나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깨달은 감정과 사실을 밑바탕으로 카나와 슈우지가 선택할 미래는?





이별로 인한 쓸쓸함의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류의 이야기가 밝게 빛나는 사랑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기에 상대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의 이야기가 담겨진 단편집. 하지만 이별의 감정이 담겨있다곤 해도 전체적으로 한없이 슬프기만 한 내용은 아니었기에, 캐릭터들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조건 가라앉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이별에 무조건 얽매여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변화를 스스로 인정하고, 깨닫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의 나이가 비교적 성인이었음에도 심적으로 한걸음씩 성장하고 있는듯한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던게 마치 청춘 학원물을 읽는듯한 설레임까지도 느껴지곤 했다. 

책의 제목과 같은 푸딩과 수평선부터 HAPPY TRAIN까지 총 여섯가지의 사랑이 그려져있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이다보니 아무리 성장과 행복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고는 해도 마음 한켠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 덕에 이미 마음이 놓아버린 예전 사랑을 곱씹어보기도 하는 등 나도 과거에 잠시 머무르며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요즘에는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여운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단편집이었다.

단편집의 특성 상 이야기가 매우 간략하게 구성되어있어 상상의 여지가 있는데, 여운을 위해 몇 번씩 더 읽는동안 간략한 이야기의 구체화, 남여 이입대상을 바꿔가는 등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읽었더니 더 깊이 마음에 남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단편집이 몇 권 되지 않기는 하지만 나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할 작품이 될 것 같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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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 신드바드의 모험 1
오오테라 요시후미 지음, 오타카 시노부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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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 - 신드바드의 모험 1

원작 오타카 시노부. 만화 오오테라 요시후미 / 대원씨아이 / 2014.10.30


The labyrinth of magic MAGI Adventure of Sinbad


군사국가인 파르테비아. 이 땅에 태어난 한 소년 신드바드.

훗날 일국의 왕이 되어 칠해의 패왕이라 불리게 되는 소년의 마도 모험담!

여기서 개막!! 초 인기만화 '마기'의 전(前) 에피소드 스타트!!



원작과 만화가 구분되어있는 이 책은 하나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만화이다. 오타카 시노부 작가님의 마기라는 작품을 토대로,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원작 속 한 캐릭터인 신드바드라는 인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풀어내는, 하나의 외전.

개인적으로 마기를 많이 좋아할 뿐더러 신드리아를 비롯한 신드바드와 쟈파르 콤비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원작에서 풀어내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외전이라는 모습으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정발 소식을 들었을때는 방에서 신나하며 뛰기까지 했으니 말 다한 셈. 만화통신사를 지원할때 리뷰했던 만화도 마기였으니 여러모로 마기를 향한 애정은 큰 편이랄까.

 

만화 란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원작자 오타카 시노부 작가님의 그림이 아니다. 보통의 외전처럼 작가님이 아닌 다른 만화가분이 그리는 경우이기 때문에 어쩐지 책을 처음 열었을 때 원작 그림체를 알고있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묘한 위화감이 풍겨올 수도 있다. 뭐 말이 그렇지 사실상 위화감이라고는 해도 정말 조금의 차이일 뿐, 다른 외전에 비해서는 그림이 원작과 매우 흡사하게 그려져있다. 오오테라 요시후미님이 오타카 시노부 작가님의 어시스턴트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난 신드바드의 모험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외전이지만 원작과 흡사한 분위기로 원작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꽤 좋은 점이다​. 


마기에서의 신드바드는 등장이 매우 인상깊었던 캐릭터다. 남자의 그곳에 크고 아름다운 나뭇잎 하나(...) 만 덜렁 붙여 가린 꼴로 당당하게 걸어나왔던 모습이 너무... 변태같아서... 이상한 캐릭터인줄 알았지만 그래뵈도 실은 한 나라의 국왕 자리에 앉아있고 던전을 무려 일곱 군데나 공략하신, 일곱 바다의 패왕이라고 불리우시는 분이시란다. 

신드바드는 어떻게 던전을 일곱 군데나 공략하고 국왕이 되었을까? 그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신드바드의 모험이다.


이야기는 신드바드의 세 살 적 파르테비아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동글동글 귀여운 아가 신드바드는 태풍으로 인해 거칠어진 바다에 휩쓸려 죽을 뻔 한 상황에서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의 '확신'으로 살아남는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없는, 올바른 운명을 선택하는 힘을 신드바드에게서 발견한 것은 그가 고작 세 살배기 어린아이였을 때였다. 다섯살의 그는 그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신비함에 두 눈을 반짝거렸고, 동시에 세상의 잔혹함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9년 후, 소년이 열 네살이 되었을 때, 유난이라는 방랑자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힘'을 세상에서 빛내기 위한 첫 번째 도전으로 던전이라는 장소에 한걸음 내딛는다.

세상을 바꿀 만한 거대한 자질과 기적을 품었다고 하는 신드바드가 던전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해 제 1던전 바알에 도전하게 되는 모습에서 아, 이제 모험이 시작되는구나 - 싶었다. 괜히 나까지 던전에서 모험을 시작한것처럼 설레기도 했고.



모쪼록 원작의 팬으로써 같은 팬은 원작을 좀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한 매개체로, 신드바드의 모험으로 마기와 신드바드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은 신드바드의 매력을 통해 원작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드리아의 8인장이나 신드바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원작에서 비교적 잘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과거를 다뤄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 혹 아직 읽지 못한 마기, 신드리아의 팬이 있다면 지금 당장! 바로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 앞으로 공략할 던전에서의 이야기는 얼마나 더 흥미로울지 두근두근하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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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Cappuccino
요시즈미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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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노

요시즈미 와타루 / 대원씨아이 / 2014.11.15

-

LA STORIA DELL'AMORE AMAROGNOLA PER ADULTE.

성인을 위해 쓴 사랑의 이야기.

-

 

대학시절부터 사귄 연인과 자연스럽게 결정한 동거 이야기.

언젠가는 이 사람과 결혼하겠지―.

미치도록 빠져 본 적 없는 두 사람의 미래는…?!

동거커플의 사랑의 행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비터스위트 러브스토리!



주민등록증 발급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주민등록증만으로 어른과 어린이를 단정짓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스스로는 여전히 본인을 어린이라고 인식하는 쪽이다. 그런 내가 왜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를 고른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 90%의 선택이다.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라는 건 평소에 읽던 순정만화(배경이 학교, 주인공들이 학생인 그런 류의)와는 대체 어디가 다른건지. 호기심 가득으로 카푸치노를 손에 들었을 때, 한가지 눈에 걸리는 단어가 있길래 사전을 열었다. 비터스위트. 영어로는 biter-sweet, 일본어로는 ビタースイート. 둘의 뜻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만 대강 달콤쌉쌀한, 괴로움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는 의미로 설명되었다. 뜻을 찾고 나서 의미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었지만, 곧이어 새로운 궁금증이 떠올랐다.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함은 일반적인 순정만화에도 존재하지 않던가? 갈등이라거나, 갈등이라거나, 갈등이라거나의. 이처럼 갈등이란 괴로움은 어느 이야기에나 존재할 법한데, 카푸치노에서는 있을법한 갈등을 비터스위트와 함께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코멘트를 달면서 차이를 둔다는 게 궁금했다. 갈등의 괴로움을 딛고 함께 나아가는 행복한 사랑이야기는 비터스위트한 이야기에 속하지 않는 이야기인걸까? 대체 뭐가 다른걸까?



 

이야기는 연애 4년차, 대학 세미나 그룹 동기인 소스케와 아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귄지 4년차인 커플 소스케와 아리는 서로 사정상 함께하지 못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가자 많이 보고싶다는 마음에 결국은 동거를 결정한 달달한 커플.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에 부풀어 즐거운 동거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이내 비밀로 했던 동거사실이 아리네 부모님께 들켰다던가의 이유로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런 벽 쯤이야, 라는 모습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결혼예정선언을 하며 프러포즈와 비슷한 뉘앙의 말까지 꺼내는 소스케에 위기는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작품은 슬금슬금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작한지 서른 한 페이지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길한 플래그를 하나 둘 세운다. 둘 뿐인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딛어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될줄 알았던 아리와 소스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걸까.

 

 

서로 동거한지 반년 정도 지났을 즈음의 묘사를 읽으면 4년차 커플도 서로의 세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했구나라는 게 눈에 보인다. 서로의 다른 생활패턴, 습관, 사소한 성격까지 어쩐지 삐끗삐끗하는 분위기에서 제3자(친구)의 시선은 그닥 좋지 못하다. 너네 그러면 안돼.. 의 느낌이랄까. 그런 타이밍에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의 존재감은 작품 전체를 휘청이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 속에서 욕심쟁이 소스케의 거짓말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지켜보는 아리의 심리묘사는 읽는 내 마음마저도 저릿하게 만들곤 한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생활을 한순간의 흔들림에 스스로 부수고 싶지 않아 겨우겨우 참아간다고는 하지만, 위태위태한건 본인 자신도 주변의 친구들도 전부 느끼고 있으니. 서로의 부정만이 반복되어 결국에는 달콤하기만 할 줄 알았던 둘의 연애에 씁쓸한 향내가 퍼지는 모습, 보글보글 떠올랐던 거품이 어느새 가라앉아버리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이는 결코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번 들어온 냄새는 빼기 힘들고 가라앉은 거품을 다시 올리는것이 별로 쉽지 않기에, 나는 어느샌가 익숙함과 그리움에 흔들리는 아리를 응원하며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것들과는 다르게 더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였다. 이런 점에서 아, 이게 현실적인 내용이라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인가보다. 이래서 비터스위트라는 단어로 묘사한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단권이라 결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어 계속 돌려말했지만 결론적으로 확실한 건 지금까지 읽은 풋풋하기만 한 연애랑은 달랐다는 점. 그 점에서 새로움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포인트는 제목이 왜 카푸치노인가라는 이유였는데, 작중에 종종 적혀있는 카푸치노를 중심으로 꼼꼼히 읽었더니 인물들의 심리에 대해 한층 더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을 더 깊고 진하게 읽고싶다면 카푸치노라는 제목에 집중해서 읽어보는것도 추천하는 쪽이다. 앞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른들의 연애 이야기가 매우 새롭게 다가와 즐겁게 읽었고, 달콤쌉싸름한 여운이 싫지만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가 깊게 남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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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 1 - 가난한 청춘의 끝없는 걸음
야마사키 도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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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는 만화가의 삽질 만화인생!


나이 스물여섯.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고만고만한 가난동지 친구들과

한지붕 아래 동거 중인 스나오는 땜빵 원고 전문인 무명 만화가.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건방지지만 실력은 뛰어난 수퍼 어시스던트, 나시다가 등장한다.

급기야 '금녀의 집'이었던 그곳에 현찰의 힘(?)으로 눌러살게 된 그녀에게

질투심과 압박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던 스나오는

만화가로서의 삶과 여자친구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채 그저 비틀거릴 뿐!

풀리지 않는 딱한 그의 인생은 점점 꼬여만 간다​…?!



스물 여섯. 결코 젊지만은 않은 나이. 꿈을 향해 서로 돕자는 목표 하나만으로 스무 살부터 6년간 동거해온 주인공 스나오와 그의 친구들. 만년 안 팔리는 만화가에 과자 리뷰밖에 일거리가 없는 자칭 스포츠 라이터, 방구석 폐인 피규어 제작자까지. 아무리 보아도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 치고는 현실보다 꿈과 이상에 더 물들어있는 모습이다. 꿈을 향해 힘차게 도우며 나아가기는 커녕 꿈에 끌려다니며 가까스로 꿈의 길에 매달려있는 꼴일 뿐인 그들의 모습은 스물 여섯 어른이 아닌 아이같은 느낌도 조금은 느껴진다. 일은 스나오가 평소처럼 자신의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에 갔다가 대타 원고를 부탁받게 되고, 어시스던트 한 명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저 평화롭게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꿈에만 매달려 살아가기 급급했던 그(들)에게 21살 어시 개성 강한 니시다 카노가 나타나고, 그녀는 그녀만의 개성과 자신감을 무채색이었던 스나오에게 물들여간다. 자신감 없는 스나오에게 자신감 가득 당당하게 그림을 지적하고, 조언하고, 때로는 도발하기도 하면서 스나오를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뻔뻔해보이기도 한다.
 

 

 

 

 

 

제목 BET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경마, 내기 등에 돈을 걸다, 무엇에 대해 거의 확신함을 나타내는 틀림없다의 의미 두 가지가 있었다. 의미를 찾아본 후 곰곰히 생각하니, 혹시 이 단어의 첫번째와 두번째 뜻이 각각 스나오와 나시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경마나 내기 등에 돈을 거는 도박행위는 확신이라는 바탕이 있지만서도 조금은 흔들려 불안한, 스나오가 꿈을 가지고 노력하며 전진하려고 하지만 어딘가 불안불안 위태한 그의 모양새와 닮아있는 것 같고, 그에 비해 거의 확신하고 틀림없고 자신만만해하는 두 번째 의미는 마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나시다의 모양새와 닮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확실히 작품 내에서도 스나오는 불안불안, 나시다는 당찬 모습이 뚜렷하게 그려지곤 한다. 이런 둘의 차이가 만드는 조합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스나오는 어디까지 자신의 꿈 위를 걸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아마 나시다가 스나오의 이정표 역할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도 있달까. 


꿈이라는 것은 어렸을 적이던 다 큰 어른이던, 크기가 크던 작던 상관없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는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의 우리는 어른들에게 꿈은 크게 가지라는 말을 들으며 꿈을 꾸기를 강요받곤 했다. 하지만 그 꿈들을 품은 마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현실(금전적 문제에 인한 생활문제라거나 주변의 시선이라거나)에 눈 뜨게 되고, 현실 앞에 꿈을 포기하거나 무릎꿇으며 결국은 눈 앞에 놓여진 상황에 맞게 꿈을 이리저리 깎아내 점차 작아져 이내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채로,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기에 바빠지게 된다는 것. 무엇을 바라는지, 원하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자신이 바라는 걸 뚜렷이 추구하는 스나오의 가치관은 좀 닮고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현실에 부딪힐거고, 현실과 타협해서 나도 꿈을 줄여나가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 때의 나는 어떻게 할까. 스나오처럼 나아갈까, 아니면 초반에 포기하고 집을 나선 카지처럼 멈출까. 어찌되던 그 때를 마주쳐봐야 알겠다만, 스나오 덕분에 어느 정도는 내 꿈에 대해 생각해보고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BET. 가난한 청춘의 끝없는 걸음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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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 1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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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곳은 한 동네의 작은 이나리 신사.

15대 후계자 사에키 마코토에게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신의 사자 여우 긴타로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여우님은 말투도 거칠고 의욕도 전혀 없습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의 마코토는 그 능력으로 인간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지만….

자, 신의 숲에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은여우. 2013년 10월에 애니화로 먼저 방송되고 2014년 5월에 한국에 1권이 정발되어 알려지게 되었고, 현재 5권까지 발매되어있는 만화다. 책을 처음 만졌을 때 다른 만화책들처럼 코팅된 반질반질함이 아닌 종이 그 자체의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개인적으로 그 덕분에 오래 책을 잡고 있어도 끈적거리지 않아 느긋하고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은여우라는 제목의 이 작품 역시 빠르고 급한 것 보다는 느긋하고 차분함이 더 어울리는, 포근한 일상 치유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만화와 어울리는 은여우 특유의 표지 느낌은 내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울거라고 생각되는 일상 치유계 치고는 그림체에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인상은 표지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있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컬러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으며 해결된다.

앞서 말했듯이 애니화가 먼저 되고 그 이후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었는데, 이 애니화 덕분에 정식발매 이전에 이 작품을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나이기도 하고.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몇 화만 보다가 치유물 특유의 나른함에 지쳐 금세 접었었는데, 거의 1년 만에 이 작품을 원작인 책으로써 접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책 쪽이 좀 더 흡입력이 있는 느낌?





이야기는 대부분의 일상물이 그렇듯이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서 사소한 기쁨과 깨달음, 교훈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지만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나리 신사의 15대 후계자 마코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정당한 후계자인 마코토의 눈에만 보이며 감귤을 매우 좋아하는 신의 사자 여우 긴타로가 중심 인물로 신의 숲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박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마코토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자아이, 긴타로는 거친 말투에 의욕 제로인 사자님. 성격이 비슷하지만은 않은 둘이기에 마찰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작품은 그러한 마찰의 과정에서 마코토의 성장도 함께 그려낸다. 깨닫고, 배우고, 함께 울고, 웃고, 슬퍼하기도 하는 여자아이의 성장. 마코토가 활짝 웃는 장면에서는 괜시리 나까지 흐뭇하게 웃게 되는 그런 포근함을 읽는 내내 느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눈에 띄는 인물간의 관계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코토와 친구들이고, 두 번째는 마코토와 긴타로이다. 친구들과의 경우는 처음부터 줄곧 친해왔던 것이 아닌 해프닝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마주하며 결국은 함께 웃고 반짝이며 의지할 수 있었다. 긴타로와의 경우는 긴타로가 마코토에게'만' 보인다는 특별함을 통해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도 믿고 의지하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관계 속에서 함께한다. 이 두 경우를 보았을 때, 작품은 사람간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와 '너' 사이의 몇몇의 관계의 경우를 보여주면서 읽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려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접촉하고 마주하는 상대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사람이고, 사람 간의 만남이 있으면 관계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마코토와 긴타로 같은 관계의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을 의지하고 나만이 의지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함 속에서 빛나는 관계의 사람. 하지만 현실에는 나만 볼 수 있는 여우 사자님은 존재할 수 없으니 모두가 볼 수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특별한 사람을 만드는 쪽은 어떨까 싶었다. 생각을 거듭하던 덕분에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내 주위의 관계를 자연스레 떠올렸는데, 사실 긴타로같은 특별한 나만의 '너'는 이미 옆에 존재하고 있었더라는 내 이야기. 인간관계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상물이나 치유계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나처럼 관계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해본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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