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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조각 시간 -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성수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5월
평점 :
#도서제공 #나무옆의자 #성수진
『유리 조각 시간』을 받고 읽는 데 꼬박 2주가 걸렸다. 바쁜 탓도 있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문장들이 자꾸만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어떤 문장은 너무 선명해서, 어떤 문장은 너무 아파서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읽는 속도보다 멈춰 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던 책이었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겠지만, 나는 읽는 내내 작가가 아니라 어리고 상처받고 울던 나 자신의 시간으로 끌려 들어갔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외로움과 슬픔이 문장 사이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델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마음은 어느새 경진의 이야기까지 닿아 있었고, 그들이 품고 있는 결핍과 애틋함을 바라보며 설명하기 어려운 비통함을 느꼈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지는 흔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함께했던 시간은 끝나더라도 그 시간 속에서 건네받은 온기와 상처는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 번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기억, 더 이상 닿을 수 없게 된 관계들, 그럼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델과 같은 친구가 있었다. 한때는 무엇이든 나눌 수 있었지만, 드문드문 이어지던 연락마저 어느 순간 끊어져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일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유리조각시간』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그 친구였다. 함께했던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시절이 내 안에 남아 있는 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디에 있든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