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대 하서명작선 60
하근찬 지음 / 하서출판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이런게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하면, 그 넓고 위대함을 이해할 수 있을는지.. 한쪽 팔을 잃어 버린 자신 앞에 나타난 아들, 한쪽 바짓가랑이가 흩날리는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안쓰러운 아들. 그런 아들 앞에서 두 눈 가득 눈물을 쏟아내고도, 외다리로 살아가야 할 아들의 삶을 걱정해 주는 아버지.

참으로 비극적이다고 볼 수 밖에 없었던 작품 <수난이대> 이지만, 전후의 삭막함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 자식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가끔 자식을 위해 좋은 말 한마디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아버지의 사랑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스해지고, 또 앞으로 세상의 편견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두 부자의 안타까움이 가슴 깊숙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전쟁. 우리에게는 그 아픔과 시련의 추억이 없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지 그렇게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수난이대' 는, '흰종이 수염'과 더불어 전쟁 직후를, 서민층의 시각에서 나타내어 이해하기가 쉬웠던 장점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무 걱정 없어 보이지만 근심 가득한 만도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징용터에서 겪어야 했던 아픔.

서로가 서로의 위를 짓밟고 올라가는, 아니 그렇게 올라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 그 아픔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아들 진수. 몸의 일부분을 나라에 바치고 돌아온 그들에게는, 전쟁 직후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이라고는 절망.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각막함 뿐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업어 줄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는 힘이 되어 나라를 돕고, 결국 그렇게 희생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서민이었기에, 단지 그 하나의 이유로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술로서, 세상을 비난하는 일로서 풀어야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수난을 극복하려 했던 의지. 그리고 그보다 더 강했던 부자간의 사랑. 개울가의 외나무 다리에서 일어난, 아무렇지도 않은 마무리 대목이었지만, 말로 표현 하지 못할 감동이 그리고 안타까움이 울컥 눈물이 치닫게 하는 문학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맛볼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땅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면,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무래도 가장 낮은 곳, 묵묵히 말없이 노력하는 서민들의 땀방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체의 일부분은 비록 모자람이 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더 따듯하고, 훌륭한 만도와 진수 부자.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은 것을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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