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되는 법
진산 지음 / 부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무척이나 재밌게 보았던 것 같다. 아주 쉽고 재밌는 말투로 쏙쏙 들어오게 책을 썼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 잡으면 쉽게 놓기가 어려운 책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공통적 반응이 재밌다는거다. 이만큼 후딱 넘겨가며 볼 수 있는 책 흔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선물하고 추천하고 다니는 것은 그 유용성이나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 책에 담겨있는 생각, 가치관 등이 아주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평소 성수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여자라면 기꺼이 한 평생 '삼돌이'로 살겠다는 당찬 말까지 하고 다닌다. (여자이기만 하면 충성을 다하는게 아니었냐고? 당신 너무 예리하다 )
대체 어떤 생각이기에 그러냐고? 책에 보면 좋은 삼돌이 재료 고르기라는 게 나온다. 재료가 좋아야 좋은 삼돌이가 나온다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좋은 재료란 외모, 돈 이런 게 아니다. 특히 화려한 재료에는 반드시 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반지 끼고 멍든 눈에 계란 문지르지 않으려면 그런 헛된 것에 눈돌리지 말고 사람의 본질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마음에 든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될 사람과 수많은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이 때 결혼식이나 결혼예물, 신혼살림 등을 싸우지 말라고 한다. 이 때 해야할 것은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놓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장난스럽게 남편 길들이기 코스를 조언하고 있지만 실제로 살펴 보아야 할 것은 결혼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다. 중요한 것은 남들 눈에 어떻게 멋지게 보일 것인가가 아니라 둘이 얼마나 잘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걸 말로 하면 쉽지만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수많은 커플이 결국은 주위의 시선에 굴복하고 만다. 천편일률적인 웨딩사진을 찍는 것부터 시작해서, 예물을 놓고 양가가 신경전을 벌이고, 닭장에서 계란 뽑아내듯 결혼식을 치뤄내고, 남들 다 간다니까 동남아로 신혼여행가고 등등. 말로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다 하게 된다. 그만큼 남 시선 신경안쓰고 둘 생각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남 시선 따라가다보면 결국 겉치장에만 치중하게 된다. 잠시 동안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 위해 평생 고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겉치장은 단위시간당 자원 소비량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실속있는 결혼을 하고, 그에 걸맞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이 부부가 부러운거다.

평소 평등한 부부상을 제창하며, 동반자적 부부관계를 꿈꾸면서도 '마님과 삼돌이'라는 불평등한 내용을 조장하는 책을 적극 추천하는 것은 그 속에 담긴 근본 가치관을 배우자는 뜻이다. 어떤 책에서 우리가 뽑아내야 할 것은 가장 핵심적인 주제다. 세부적인 것은 몰라도 된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이 말하길 '이건 이 저자의 사는 방식일 뿐이다.'라고 하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마님되는 법이라고 해서 그걸 다 따라할 필요는 없다. 따라한다고 다 마님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습득해야 할 것은 기본정신이다. 세상이 강요하는 모습을 거부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것을 당당하게 따라가는 모습, 겉모습보다는 실리를 따라가는 삶 그걸 이 책에서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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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캔디 2004-07-03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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