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깝고, 자신의 속마음까지도 잘 알아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가족일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 사회생활에 있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가족의 사랑은 희망과 용기를 얻게 해주고 더불어 따뜻한 정까지도 느끼게 해주는데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생활에서 보다 많은 활력소를 주고,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러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이런 행복을 바탕으로 한 층 더 높은 삶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나’는 누구나 누리는 행복, 가족간의 따스한 유대감이나 사랑이 없이 어머니와 자기 자신과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가 모처럼 만에 고향집을 찾아 왔지만 고향집에 얽힌 사연이 심사를 괴롭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고향집을 떠나려 한다. 그러한 아들의 행동에 조금의 섭섭한 마음을 가졌지만 그런 마음을 내보이지 않던 노인은 동네에서 이루어지고 잇는 지붕개량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은연중 우리집도 고쳐야 한다는 희망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집 고치는 일을 도우는 것은 모두 노인에 대한 빛을 갚기 위해서 하는 일이

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혼자 힘으로 노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나는 노인에게 빚이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그러한 마음을 노인도 아는지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 하던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주면서 노인을 위로한다는 명목아래 지난 날의 이야기를 들춰내기 위해 애를 쓰고 결국 어머니는 17, 8년 전 술 버릇이 사나워져 전답과 집까지 팔아먹은 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경험을 되살린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 갔는데 어머니는 그 사실을 감춘 채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자기 집인 냥 보이기 위해 옷궤 하나를 두고 아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잠까지 재워 보냈던 것이다. 아내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를 떠나 보낼 때의 심경을 캐묻지만 노인은 끝까지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이 발뺌하고 나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애써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은 노인과 아내가 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때에 처음으로 자기가 돌아간 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모는 그 날 새벽에 매정한 아들을 멀리까지 배웅하고 하얀 눈길을 밟으며 돌아오면서 눈길에 남아 있는 자신과 아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아들에 대한 사랑의 눈물을 흘렸으며, 아들의 발자국마다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되길 빌며 돌아왔음을 말해 준다. 그 날밤 이야기를 들은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내가 깨어 있는 것을 눈치챈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음에도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이 부끄러워 잠이든 척 버틴다. 맨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주인공이 “내게는 빚이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과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모자간의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안타 까웠다. 그러나 옷궤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이러한 오해를 풀어주는 듯 하고 또한 어머 니의 가슴 속에 담긴 따뜻한 사랑을 깨닫고 흘린 주인공의 눈물을 보니 씁쓸했던 마음 한 구석이 밝아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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