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10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124
조지 오웰 지음, 이효성 옮김 / 지경사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공포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재현시켜 동물로 둔갑한 인간의 간교함을 그려 넣은 동물농장의 칙칙함은 이 내용을 알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전에 동물농장 만화를 텔레비전에서 방영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만화의 색 역시 칙칙함이 서려있었다. 또한 집에 있는 동물농장 책표지 또한 갈색의 칙칙함을 띄고 있었다. 조지 오웰의 비판적인 요소가 개입되어서 이러한 분위기들이 조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칙칙한 분위기의 동물농장은 내가 차마 읽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생기게 하였다. 그로 인해 생긴 거부감을 앞세워 동물농장을 읽은 나에겐 동물농장은 소설이 아닌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논설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1917년 차르 정권을 무너뜨리고 노동자 계급이 중심이 되어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겠다하면서 시작한 사회주의 혁명은 애초에 지향했던 평등사회가 아닌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한 독재국가를 낳았다. '동물 농장'에서는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를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우볼은 트로츠키를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장원농장에서 동물농장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변질해 가는 동물농장은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타락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동물농장은 이 시대의 상황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잘못된 권력자와 정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 농장의 지도층으로 등장한 돼지들이 특권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토론과 자율적인 의지로 농장 개혁에 참여했던 다른 동물들은 돼지들, 그 중에서도 나폴레옹의 독재에 의해 입과 귀가 막혀버린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표현했던 <칠계명>은 나폴레옹의 독재 세력에 의해 깡그리 수정되어버린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는 '어떤 동물도 시트를 이용해서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로 바뀌고, 마지막엔 모든 계명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라는 하나의 계명으로 탈바꿈한다. 독재자의 필요에 따라 처음에 내세웠던 그들의 꿈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또한 선량한 복서에게서 나머지 한 가닥의 힘마저 착취한 나폴레옹은 서슴지 않고 도살장에 팔아 넘길 만큼 비정해질뿐더러 '두 다리는 나쁘고, 네다리는 좋다'라는 계명은 없어지고 두 다리로 서서 동료 동물들을 채찍으로 지배하는 돼지들만이 남게 되었다. 평등사회를 꿈꾸었던 동물농장은 농노를 부리는 지배·피지배 계급간의 불화를 드러내는 장원농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이 연출하고 우화를 통해 혁명이란 이름 하에 반동적 전제권을 잡은 집단의 등장으로 피압을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비참한 입장에 놓인다. 이 책이 출판 될 당시인 1945년에는 많은 출판사들은 이 소설이 소련의 권력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임을 알아채고 출판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 오웰은 자신이 무엇을 써야하는가를 분명하게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정직하고 진실되어야 하며 따라서 모든 허위와 비리를 폭로하고 고발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작가적 입장이었다.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정치적 전체주의에 맞서 인간의 개성과 민주적 사회의 옹호를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따분한 만화보다는 다양한 개성과 흥미 거리를 제공하는 만화를 좋아하듯이 조지오웰은 전체주의를 고발함으로써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은 사회체제를 희망했던 것이다. '동물농장'. 어려웠던 책인것 같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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