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 배따라기 - 을유라이브러리 1 을유 라이브러리 1
김동인 / 을유문화사 / 1994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라디오를 듣고 있던 중 라디오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캠페인의 성격을 띤 것으로 점점 사라져 가거나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 나라 각 지방 특유의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그것을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날의 프로그램에서는 서도 지방의 잡가인 배따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솔직히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귀에는 그것이 매우 우수꽝스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김동인님의 단편 소설 중에 '배다라기'라는 것이 있었기에 제목만은 낯설지가 않았다.

이 소설은 김동인님이 1921년 '창조'에 발표한 초기 자연주의 경향의 단편 소설로서 단편다운 맛이 깃든 서정적인 작품이며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배따라기'는 어느 화창한 봄날 나'가 대동강으로 경치를 구경하러 나갔다가 거기에 '영유 배따라기'를 부르는 사람을 만나 그 사연을 듣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영유 배따라기를 부르는 그는 영유 사람으로 아름다운 아내를 두었으나 아내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를 시기하여 그 둘은 자주 싸움을 하곤 하였다. 또 그에게는 건강한 동생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내와 동생이 한 방에서 쥐를 잡는 모습을 오해한 그는 아내를 때리고 쫓아 내었다. 그리고 그날 그의 아내는 스스로 물에 빠져 죽는다. 이로 인해 동생은 영유를 떠났고 그도 역시 동생을 찾아 영유를 떠나 뱃사람이 되었다. 그가 동생을 찾아 유랑한 지 10년만에 우연히 만난 동생은 그에게 '모두가 운명'이라는 말만을 남긴 채 떠나 버렸다. 그리고 그 후 그가 다시 동생을 찾아 정처없는 떠돌이 생활을 한지는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전설에서 취재한 것이라 하며 아름다운 아내와 동생을 의심한 형의 사연을 '나'를 통하여 담담하고 깔끔하게 들려 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나는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부인을 잃고, 오로지 떠나 버린 아우 만을 찾아 20년 동안이나 헤매이고 있는 '배따라기를 부르는 남자'가 매우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그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고도 생각되었다.이 책을 읽으며 함부로 의심하고 섣불리 앞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그 남자가 그 날 쥐를 잡고 있었다는 아우와 아내의 말을 믿었고, 또 조금만 더 생각해 보았다면 아내도 죽지 않았을 것이며 동생도 마을을 떠나지 않아, 그 역시도 지난날을 후회 하면서 2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의심한 대가로 평생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살아가야 할 그 남자. 어쩌면 그의 아우가 그에게 했던 말처럼 모든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잔혹한 것이 운명이라면 우리는 그런 운명을 만들지 않도록 남을 함부로 의심하거나 섣불리 앞서 생각하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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