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없는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환상, 모험, 가족]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와 함께 같이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게 하는 신비한 책.
책 두께에 놀라 손에 잡기 쉽지 않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아이들이 이 경험을 꼭 해보기 바라지만...
사이버 세상으로 너무 빨려 들어가서, 책 속 생명의 물을 가져올 아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게 슬프다.
========================================================
책 속에서)
304쪽
......그리고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일의 진행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했으니까. 오직 바스티안, 바스티안만이 개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이 순환 속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이야기는 벌써 천 번도 더 반복된 것 같았다. 아니, 이전도 이후도 없고 모든 것이 영원히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야 바스티안은 왜 노인의 손이 떨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원한 회귀의 순환은 끝없는 끝이었던 것이다!
바스티안은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거의 정신을 잃은 채 바스티안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달아이야! 내가 갈게!"
그 순간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거대한 알의 껍질이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산산조각 났고 그와 함께 천둥치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그러더니 멀리서 폭풍이 몰려와서.
바스티안의 무릎에 좋여 있던 책의 페이지들로부터 밀려나와 책장이 심하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바스티안은 머리카락과 얼굴에 폭풍을 느꼈고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일곱 갈래의 촛대에서 불꽃이 춤을 추다가 수평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두 번째 더 격한 폭풍이 책 안으로 휘몰아쳤고 촛불을 꺼뜨렸다.
탑 시계가 열두 번 쳤다.
665쪽
~ 하지만 곧 바스티안은 수정처럼 맑은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이리저리 뒹굴고 물을 내뿜고 튀기며 반짝이는 물방울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바스티안은 갈증이 가실 때까지 마시고 또 마셨다. 기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찼다. 살아 있다는 기쁨, 그 자신이라는 기쁨이. 이제 바스티안은 다시 자기가 누군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다. 바스티안은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제일 멋진 점은 바스티안이 이제 원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설령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도 됐더라도 다른 걸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이제 바스티안은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형태의 기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기쁨들은 단 하나의 기쁨, 즉 사랑할 줄 안다는 기쁨이라는 것을.
훗날 바스티안이 이미 다시 그의 세계로 둘아오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어른이 되고 결국 노인이 되었을 때도 이 기쁨이 바스티안에게서 완전히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도 바스티안에게는 마음으로부터의 기쁨이 남아 있어 그를 미소 짓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