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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ㅣ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편견, 집단이기주의, 소통]중세 시대 널리 행해졌던 마녀사냥!
그때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변했을 뿐,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마녀사냥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에 대한 무시와 미움, SNS나 여론에 대한 맹신들, 집단주의에 대한 맹신, 다름에 대한 배척! 이런 것들이 마녀사냥의 근원이 되는 감정은 아닐까?
가난하지만 단란하고 따뜻한 삶을 살던 소년 에스벤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마을 사람들의 광기! 어머니를 잃고 절망의 나락에 빠진 에스벤을 구해준 한스는 에스벤에게 참된 인생의 지혜를 들려준다. 그러나 아픈 사람을 돕던 한스마저 위험에 빠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스의 질문이 계속 뇌리를 맴돈다.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를 택할래, 아니면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있는 어머니를 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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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한스)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두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틀림없이 그래. 두려우면 보호해 줄 것이 필요하지. 무엇 때문에 두려운지 모르면 두려움을 막아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해. 하지만 그것이 자기 힘에 부치는 것이면 안 돼. 뭔가 잘못되면 악마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편이 간단하지. 하지만 악마는 태워 죽이거나 맞싸울 수 없어. 그래서 자기보다 약해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태워 죽이거나 괴롭히는 거야."
한스) "그랬지.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비겁하고 나약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힘을 갖고 있었어.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나약하단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있는 어머니냐?"
한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얘야. 사람은 자신이 강하고 확신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끝장이란다."
"무슨 뜻이에요?"
"진리를 발견했다고 믿으면서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될 때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는 거란다. 진리라는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부디 너는 이른바 참된 신앙에 매달리지 말고 건전한 의심을 추구하기 바란다."
~ 두 사람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침묵할 수 있게 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되기까지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스) "계속 이야기해 보렴. 에스벤, 힘들어도 마지막까지 다 이야기하면, 그렇게 해서 마음 속의 짐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나면,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야. 과거를 그냥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한,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한, 과거는 계속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라 너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말 거야. 그러면 너는 결국 네가 지금 경멸하는 사람들, 제 마음속의 두려움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과 똑같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