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숙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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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가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들게 하는 책이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성격과 인격을 왠지 접한 느낌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불쌍한 사람을 도우려 하고, 아이를 너무너무 예뻐하지만,

커다란 슬픔과 허무함으로 가끔은 한없이 우울해지는.

언젠가 원서도 한번 꼭 보고 싶은 소설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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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램지부인)
~ 책이 자꾸 쌓이기만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책 읽을 시간도 없구나. 어머! 선물받은 책조차 읽지 못하고 시인이 직접 서명해서 건네준 책도 읽지 못했구나. "소망이 이루어지길 빌면서"라든가 "우리 시대의 더 행복한 미인 헬렌에게" 등의 친필이 책에 적혀 있는데 말이야.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런 책조차 읽지 않았구나. ~ 집이 아주 초라해지면 그땐 꼭 손을 봐야지. 해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모래를 털고 집에 들어오도록 그것만 제대로 가르쳐도 손을 좀 보는 결과가 될 텐데. 하지만 정말로 앤드루가 게를 해부하고 싶다면, 할 수 있나, 집에 갖고 들어오도록 해야지. 재스퍼가 해초로 수프를 만들겠다고 고집 피우면, 어떡해, 지비에 갖고 오는 걸 허락해야지. 로즈가 조가비나 갈대나 돌을 주워오는 것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 아이들 모두 재능을 타고났지만 재능이 다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92쪽-
~ 그녀는 아이들은 절대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고,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자러 간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녀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혼자 있을 때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종종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 생각에 잠기는 것, 심지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조용히 있고, 혼자 있는 것 말이다. 모두 치장을 하고 모여서 먹고 놀고 웃고 떠들다가 사라진 지금에야 엄숙한 기운에 휩싸인 그녀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어둠이라는 쐐기 모양의 응어리로 오그라들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형체였다.

 

248쪽-
~ 램지 부인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부인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말없이 혼자 앉아 휴식을 취했고, 극도록 애매모호한 인간 관계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을 기뻐한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을 느끼는지 누가 알겠어요? 잘 안다고 하는 그 순간조차 이것이 지식인지 아닌지를 누가 알겠어요?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들을 그르치는 게 아니겠어요? 오히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요? 램지 부인이 이런 식으로 물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그 순간은 기이할 정도로 풍요로워 보였다. 그녀는 모래 속에 작은 구멍을 후벼 파서 순간의 완벽을 그 속에 묻고는 도로 덮었다. 그것은 양초를 만들어 과거의 어둠을 밝히는 한 방울의 은과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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