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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내 동생
빌리 슈에즈만 지음, 김서정 옮김, 민은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눈물 콧물 빼며 후욱 읽었습니다.
주인공 벤야민이 하필 아들이랑 동갑이라서요. ㅎ
갑자기 건강하던 벤야민이 급장스런 심장병으로 죽게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벤야민, 사랑하는 아들, 동생, 조카, 손자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과 애도가 그려집니다.
나의 죽음이 남에게 아무런 슬픔과 의미가 되지 못할때 참 슬플 것 같습니다. 그런 한면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나의 죽음때문에 자신의 삶을 등한시한다면 그 또한 참 슬플 것 같습니다.
가족과 나의 죽음에 대한 소중한 생각의 시간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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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143쪽
피엔체가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게 너 같은 어린아이의 죽음과 나 같은 늙은 지렁이의 죽음 사이의 차이점이야. 사람이 나이 들어서 죽으면 아무도 놀라지 안는단다. 당연한 일이니까. 삶이 다 지나면 죽어야지. 이건 믿어도 돼. 나이 80이 넘으면 다 끝나는 거야. 아무도 크게 슬퍼하지 않아. 사람들은 내 뼈와 함께 과거도 묻어 버린단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죽으면 사람들은 미래를 묻게 돼. 그건 문제가 전혀 다르지. 미래를 묻는다는 건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야."
188쪽
엄마는 배 속이 묘하게 뜨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아기는 세상을 떠났다. 기뻐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었다. 엄마는 눈을 감고, 벤야민이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가운데 통로를 걸어 벤야민은 천천히 앞으로 나오더니, 여덟 달 전 자기 관이 놓여 있던 곳에 가서 섰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고, 마치 천사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벤야민은 뒷자리 성가대석의 소년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빠의 손을 찾았다. 아빠는 엄마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아빠의 손을 있는 힘껏 꼭 쥔 엄마는, 이제 모든 일이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알았다.
193쪽
"모르겠어. 우리 식구들이 나를 잊을 거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안 잊어."
쿠르트가 말했다.
"니네 식구들은 평생 네 생각을 할 거야. 피엔체 할머니가 죽은 다음에도 아들 생각해던 거 잊어버렸어? 넌 절대로 안 잊지만, 네 죽음을 극복하고 나면 고통은 견딜 만해질 거야. 그런 다음에는 너하고 함께 가졌던 아름다운 순간들만 기억하게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