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우단편집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5
E.A.포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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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모음집이라는 책에서 처음 '검은고양이'를 읽고, 나는 포우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참 묘한 사람이다.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잡아보면 내겐 그다지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는 이야기들인데, 책을 읽다보면 나는 어느새 그 이야기속에 서있는 한 행인이 되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동화작가가 된다. 알게모르게 흘러들어오는 이미지들... 포우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서 영화가 되어간다. 뭐, 이런게 '진짜독서의 묘미'라고들 말하는데 난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을 가진다. '진짜 독서의 묘미'라면 모든 작가들은 독자가 이렇게 '묘미'를 느낄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만들어나갔는가...?

답은 절.대.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재미없다는 시시콜콜한 삼류 사랑이야기도 머릿속에 그릴수 있고 국사 시간에나 나올법한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도 머릿속에 그려낼수있고 친구가 지은 재미없는 소설도 머릿속에 그려낼수 있지만, 내 머릿속에 내가 억지로 상상해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보여준'소설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판타지소설등은 워낙에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은지라 사람들이 작가의 이야기를 제각각 머릿속에 떠올린다 쳐도, 포우가 그려내준 그의 이야기는 나한테도 내 친구한테도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습지 모르겠지만, 가끔 책읽는 친구들끼리 만나 책속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라고해서 그림을 그리면 똑같은 장면에 어떻게 그리도 다양한 그림들이 나오는지 모른다. 물론 '읽는 사람에따라'라는 독서의 특징이 그렇기도 하지만,

포우의 이야기는 달랐다. 우리는 모두 섬뜩한 눈을한 고양이의 시체와, 그것들을 바라보는 공포스런 경찰과 남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다. 읽는순간 뇌리에 꽃혔던 그 장면을 그리는데 있어서...

이야기는 짓기 쉽고, 책을 내기도 쉽지만... 정말 독자들이 같이 공감할수있고 똑같이 생각할만큼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것은 힘든일이다. 포우의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지루하면서도 재미있는.. 내게 이런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켜준 포우의 이야기는 뭐랄까, 하.. 허탈? 감동? 놀라움???

그래, 난 이상하게도 포우의가 그려주는 그의 이야기 장면 장면을 받아들일때마다 허탈과...감동과...놀라움을 느낀다. 그의 반전도 높은 작품의 결말은 항상 허탈하고... 감동적이고 그 이야기에 빠진뒤 문득 정신을 들어 내모습을 보고선 놀라움을 느끼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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