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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 헬로우 Mr. 랭귀지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5
에리카 오크런트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6월
평점 :
발명된 '인공 언어'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로 인한 그 특징과, 그리고 그들 모두가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관한 이야기.
"언어 발명가들이 '스스로 설명하거나 보편적인' 언어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관습(타협 등의, 자연어가 가진 문화적 특성)을 비켜 가면 블리스 기호처럼 실제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 아니면 윌킨스의 체계처럼 과잉 규정된 의미에 의해 유연성을 지나치게 제거해 버린다. 그들이 문화, 언어 관습이 만들어지는 장소를 제거하려고 할 때는 로지만의 문법 규칙 같은 것으로 대체해 주어야 한다(하지만 600페이지에 이르는 로지반의 문법을 완벽하게 배운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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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이나 의미의 애매함은 자연어의 결함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우리의 사고방식에 어울리는 하나의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어가 임의적인 관습이나 문화적 습관에 의존한다는 사실도 결함이 아니다. 이는 서로 다른 명료함의 기준 사이에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애매함을 극복하게 한다. 언어는 그 엄청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그 '결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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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와 같은 언어들은 유럽 언어들을 말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언어 습관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점을 지닌다. 에스페란토는 그 자체의 문화와 공동체를 발달시키고 그래서 단어들이 어떤 뜻을 지니고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 훨씬 잘 규정된 관습이 있기 때문에 특히 훌륭히 기능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의도했던 완벽한 규칙성의 일부가 희생됐다. 예컨대 동사의 대상을 표시하는 데 사용되는 대격의 어미 -n이 사라지고 있다." (301-303p.)
"언어 발명가들은 1만 년 이후의 소통 문제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사회를 초월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착각해 왔다. 하지만 의미를 만들고, 언어를 만드는 것은 사회이다. 언어 발명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그가 만들 프로젝트를 사용해 줄 사람을 찾아내 그것을 던져 줌으로써 그 완벽함을 엉망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306p.)
요컨대 이들 모두가 꿈꿔왔던, 사회와 격리되어 그를 '이끌어나갈' 언어 같은 건 불가능하며 의미가 있지도 않다는 말이다.
하나 더. 원제는 'In The Land of Invented Languages'인 책이 대체 어떻게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가 된 걸까? 거기다 의미 모를 부제까지 붙어서! 본문에서도 계속해서 같은 문장 내의 중복된 표현과 비문이 눈에 띄는 등, 교정이 잘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선가부터 영어로 옮긴 인공 언어 예문 번역을 포기해버린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