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문자로서의 모음은, 자음에 비해 단독으로 그 개념이 희미했다. 정음은 그 모음을 명확히 표현한다. 음소에 자모를 부여하고 그를 조합한 한 음절을 한 글자로 삼는다. 여기서 음절의 외부적인 경계와 내부적인 구조 모두가 드러난다.

- 정음은 가나에 비하면, 음절을 음소 단위부터 구분한다. 음절 첫 자음 + 모음 + 음절 말 자음으로, 같은 음가에 같은 형태를 명확히 부여했다.
- 정음에는 발성 기관의 형태, 즉 음의 원리가 형상화되어 있다. 같은 조음점에서 생기는 음은 같은 형태를 갖는다. 이를테면 /ㅂ/는 /ㄱ/ 등 다른 계열의 문자로는 교체되지 않는다.
- 모음자모는 ㆍ와 ㅡ의 변형이며 거기다 반모음 ㅣ가 조함됨도 명시되었다. 게다가 원리로는 당대의 동양철학 역시 함께 제시된다. 또한 모음조화를 이론화하여 ㆍ와 ㅡ가 다르게 사용되는 등 양/음모음용 조사가 구분되었으나, 현대 한국어는 (ㅔ/ㅐ와 더불어) 구분이 사라진다.
- 중세 한국어는 거/상/평성의 구분이 있는 고저 악센트어로, 정음은 이전의 반절과 같이 성모(즉, 초성)와 운모(즉, 모음 + 종성 + 성조)에서 초/중/종성에 그치지 않고 초분절음소에 해당하는 성조에까지 형태를 구분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어에서 성조의 소멸과 함께 그 표기 역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라진다.
- 정음의 표기는 형태음운론적 성격 역시 가지고 있다. "형태소는 음소보다 우선권을 갖는다(210p., 재인용)." 초성의 ㅇ는 빈 자리임을 나타내는 기호로써, 형태소를 분간하기 쉬우면서도 소리의 동적인 변용을 문자로 표시할 수 있다.

이렇게 그전까지는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의미를 갖는, 각각이 하나의 세포와도 같았던 문자를 정음은 음절과 음소로 해체해 '용음합자'를 가능케 하였다.

반포 이후 교육, 종교, 문학 등 다각적인 분야의 글들이 민관과 상위 또는 하위 문화를 막론하고 정음으로 번역 및 작성되었다. 한자가 표기할 수 없는 단어나 기본적인 한문 교육에서 등 정음은 민중 언어 생활의 자연이 되었다. "암클"로써 천대받았다는 통념은 오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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