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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층 비구디 할머니 (반양장) ㅣ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5
델핀 페레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양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2월
평점 :
156층
비구디 할머니

-글 : 델핀 페레
1980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글도 같이 씁니다. 지금은 프랑스 리옹에 살며, 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니멀아트의 경향을 보여주는 델핀 페레의 미술 세계는 글과 그림, 문자와 소리, 일상생활과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상상력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홀쭉 고양이와 홀로 선인장』 『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페드로와 조지』 등이 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나는 어린이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세바스티앵 무랭
1976년 프랑스 오베르빌리에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리옹의 에밀 콜 그래픽아트학교에서 공부하며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어린이 책과 잡지에 삽화를 그렸으며 2015년 프랑스 플뢰르 드 셀 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리옹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 『홀쭉 고양이와 홀로 선인장』, 『내 안에 공룡이 있어요!』, 『최고의 차』, 『완두』, 『완두의 여행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옮김 : 양진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불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옮긴 책으로 『고양이 여왕』, 『할머니의 노란 우산』, 『하트 삼총사』, 『새똥과 전쟁』, 『크록텔레 가족』, 『내 마음이 자라는 생각 사전』, 『아인슈타인 교실의 문제아, 세상을 바꾸다』, 『여섯 개의 점 : 점자를 만든 눈먼 소년 루이 브라유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아주 크고 복잡한 도시의 높은 빌딩 156층에 사는 비구디할머니와 그런 할머니 곁엔 프렌치 블도그인 알퐁소가 늘 함께 하지요. 알퐁소는 할머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귀염둥이 보물이에요^^
어찌나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지 볼에는 베게 자국도 보이지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베개 자국이 사라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비구디 할머니는 참 부지런한가봐요.
그렇게 둘은 꼭두새벽부터 루이지 커피숍에서 카푸치노 한 사발과 알퐁스에게 갈색 각설탕 하나를
오를랑도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매만지고, 조르주 정육점에선 알퐁스에게 줄 부드러운 작은 뼈다귀를 받아서 산책을 해요.
정오가 되면 핫도그 장수 엘리오트는 할머니와 알퐁스를 위한 핫도그를 만들어주지요.
시내의 가장 큰 백화점 2층에서 커플룩 같은 구두를 여러 켤레 신어보고는 서둘러 도예수업에 참석합니다. 그 발 밑에는 언제나처럼 귀염둥이 알퐁소가 할머니 곁에 지키고 있어요.
알퐁스의 뒷다리 근육을 키워줄 개 전용 헬스장도 갑니다.
(부유함의 끝판왕일까?)
친구인 베아트릭스네 집에 모여 포커를 치며 시간을 보내지만 끝은 늘 말다툼을 해요.
말다툼을 할 수 있다는것도 그 만큼 건강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는 156층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알퐁소와 함께 하니 무섭거나 지루하진 않을거에요.
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123층의 전망대도 못 가봤는데 156층이라는게 상상이 안되는 높이로 느껴져요. 초고층에서 내려보는 야경이 아름답기만 할지, 너무 높아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기회가 된다면 올라는 가보고 싶어요~ 웬지 사는건 무서울거 같아서요ㅎㅎ

둘이 영원히 함께 할듯 하였는데 알퐁소가 너무 늙어서 힘이 들었는지,
어느 날 아침 카펫에 누워 마지막 숨을 내쉬었어요.
비구디 할머니는 몸에서 눈물 한 방울도 남지 않을만큼 울었어요.
영화를 보다가도, 슈퍼에서 장을 보면서도, 지하주차장에서도, 버스정류장에서도, 치과에서도,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울었어요.
다시는 안돼!
소중한 인연과의 이별이 너무도 힘든 나머지 친구들을 더 이상 만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는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대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런데 어느날 아침, 156층의 맞은편 창문에 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 사람은 창 닦는 세제의 거품을 뿌리다가 멈추고는 할머니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할머니도 똑같이 미소를 지어보아요.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지만 특수강화이중안전유리를 뚫고 나오지는 못해요.
할머니가 망설이는 사이 외벽 작업용 곤돌라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부우우웅! 쿵!!
할머니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아저씨가 하려던 말이 말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여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어요.
아저씨를 부를려고 몸을 기울이는 순간 실내화에 발이 걸려 그만 창 밖으로 떨이지고 말았어요..
악! 우리는 이미 할머니가 몇 층에 살고 있는지 알잖아요ㅠㅠ

너무나 다행히도 할머니는 작업용 곤도라 안의 아저씨의 팔 위로 떨어졌어요.
괜찮아요? 다친데는 없나요? 물어보는 아저씨의 질문에 선뜻 대답은 하지 않아요.
"방금 전에 뭔가 얘기해 주려고 했어요"
"......................"
아저씨의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배꼽을 잡고 웃다가 울다가 했어요.
과연 아저씨가 말하려고 했던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빨간 그것이겠네요ㅎㅎ
"고마워요, 고마워. 이건 아주 중요한 거라고요. 내가 젊은이랑 같이 내려가도 될까요?
오늘 만나야 할 친구들이 많아서..."

그동안 이별의 아픔과 두려움을 오롯이 혼자 이겨내려 했던 비구디 할머니는
용기내어 드디어 156층 자신만의 공간에서 나와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걸음에 달려갑니다.

책 뒤에는 미처 미처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을 내용들이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다시 볼 때는 그 부분이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었어요~
156층의 초호화 고층 빌딩에 사는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은 반려견 알퐁소뿐이에요.
할머니의 일상을 쫓으며 나도 나중에 저런 여유로운 삶을 누리면 좋겠다고 부러워했지만
한편으론 사람 가족이 없다는게 안쓰러웠어요.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였을텐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갔을거에요.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살아야 하는거 같아요.
기쁜 일은 같이 기뻐하니 좋고, 슬픈 일은 같이 아파하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니까요.
화려한 도시의 고층 빌딩에 살아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높은 탑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슬픔에 잠겨 혼자만의 탑 속에 웅크려 있던 비구디 할머니를 다시 집 밖으로 이끈 것은 이웃의 작은 관심이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알려주는
『156층 비구디 할머니』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미래아이와 허니에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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