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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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그리고 언젠가의 나의 가족을 위해



지은이 대니얼 섀럴이 겪고 실천했던 일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솔직한 감정에 대한 책.

판형 140*210mm, 356쪽

이 책이 속한 분야(교보문고 기준)

정치/사회> 사회문제/복지> 사회문제> 환경문제

시/에세이> 나라별 에세이> 영미에세이


우리는 며칠 전 시간당 10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다.

도림천이 흘러 넘치고, 강남역은 물바다로 변하고, 지하철 역이 침수되는 바람에 운행을 중지했다.

강남역 제네시스나 신림동 펠프스같은 밈들이 유머로 퍼지는 동안

반지하 가족은 침수되는 집을 탈출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도 이상한 이 기상현상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반복될지도 모른다.

5년 후? 아니면 돌아오는 여름? 당장 내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문제'는 당장 내 앞에 닥치지 않으면 크게 깨닫기 힘들다.

직접 몸으로 겪어본 후에나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 문제'가 내 앞으로 다가오기 전에 조금씩 실천해야 한다.






지방에 갈 일이 생겨 기차 안에서 읽을 책을 챙겼다.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환경에 대한 책을 읽고 작은 행동으로나마 조금씩 실천해야겠다고 깨닫는 순간에도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받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카페에 갈 때 텀블러를 꼭 챙겨 커피를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작은 습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푹 빠진 그릭요거트를 구매할 때 집에서 직접 용기를 챙겨 받아왔다.

집에선 엄마의 영향으로 아주 철저한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당장 사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더라도

내 작은 행동, 작은 습관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짜릿함이 있다.

사소한 습관으로 '그 문제'를 직시해보려 한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것이 있다.

표지 질감이 좋다거나 후가공을 예쁘게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뒷면 모퉁이에 '재생종이로 만든 책' 표시였다.

출판사 창비가 책을 만들면서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대니얼 섀럴의 말이 더 잘 전달되는 듯 했다.




p 46 - p 47

그 감정은 내가 꿨던 특정한 유의 꿈들을 새삼 떠올리게 했어.

꿈에서 나는 어딘지 모를 물에 풍덩 뛰어드는데 곧 내가 가라앉고 있다는 걸 알아채.

나는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이내 점점 다급하게 사지를 허우적대며 기를 쓰고 헤엄쳐.

그런데 아무리 힘껏 발길질을 해도 수면은 멀어져만 가고 물은 점점 새카매져.

그러다 결국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생각, 조금 있으면 익사할 거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

내 마음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그것을 또다른 형태에 욱여넣어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 몇방울을 짜내려 애쓰는 게 느껴져.

그런데 그러지 못하자 내 입이라는 대문이 열리면서 물과 함께 회한이 밀려들어와.

순간적으로 근육이 이완하고, 최후의 우선순위가 재정렬되고, 내가 점쳤던 미래의 한계선들이 손닿는 거리 안으로 되튕겨 와.

그러다 어느 순간 흠칫 잠에서 깨고, 잠시 꼼짝 않고 얼굴 위 어둠을 응시하면서

깨어 있는 동안에는 잡힐 듯 영 잡히지 않는 이 느낌을 붙잡으려 애쓰다가 실패해.

내가 죽을 수도 있으며 사실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

p 65

이론상으로는 '그 문제'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중요성은 언제나 손 닿지 않는 확연한 먼 곳, 이를테면 각국 수상과 외교관들이 거하는 아득한 창공에나 존재하는 것 같았지.

p 87

바로 그래서 '그 문제'가 이토록 견디기 힘들게 느껴지는 거야.

지독한 익숙함, 감각을 마비시키는 반복성에 지치는 거지.

그 지긋지긋한 광대극을 줄곧 지켜봐야 하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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