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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토익 공부에 매달리면서 지쳐있는 틈에 책이 너무 읽고싶었다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또 수업을 듣은 후에 저녁을 먹고 과제를 하면 하루가 끝이 났다
그러다 창비에서 서유미 작가의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책이 너무 간절했던 나는 바로 글을 쓰고 신청서를 보냈다
감사하게도 창비 홍보팀 측에서 서유미 작가님 소설집의 서평단에 선정을 해주셨다

우리의 흔들리고 위태로운 삶을 그린 소설
사실 일상은 거창하지 않다 적어도 나의 일상은 아주 작다
위태롭고 여전히 흔들리는 하루들이 많다
그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써내려가며 그에 맞는 작은 안부를 전하는 소설
내가 생각하기에 서유미 작가는 어떠한 위로도, 부담되는 강제적인 격려도 하지 않는다
억지로 힘을 내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봐주고 애정을 건넨다
소설은 비교적 읽어내려가기 쉬운 편이지만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글은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사람 자체가 사라지거나 죽거나 또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그 모습을 소설 속에서 마주할 때의 당황스러움은 스스로도 어떠한 상태라고 판단하기에 어렵다
그래도 사라지는 것들을 오래 바라봐주는 듯한 이 소설집에서
너무나 작고 휘둘리는 우리의 일상들에 적당한 관심과 안부를 건네주는 것이 서유미 작가가 주는 가장 강한 힘이라고 느낀다


< 에트르 >

서른 살에 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인생
취업을 준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에 시작을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에서는 더 멀어졌다
사실 취업이 어려워진 지금은 그렇게 독특한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예쁘고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파는 에트르
그 곳에서 많은 디저트들을 팔다보면 불황을 잊을 때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재고로 남은 빵만 구매하는 삶을 산다
그러던 와중 집주인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해온다
'그동안 잠도 줄이고 게으름 피는 시간도 줄이고 말도 줄이고 꿈과 기대와 감정까지 줄이면서 살아왔는데
여전히 무언가를 더 줄여야만 했다'
이사를 하거나 그 집에 남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더 줄여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고 일상이고 삶이었다
동생과 나눠먹으려 산 에트르의 케이크를 떨어뜨리고는 그 상자 속 모습을 최대한 잊으려 할 때
작고 위태로운 삶은 디저트만으로 위로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프고 흔들리지만 독특한 일이 아닌 우리의 하루, 작은 일상을 적어내려갔다
< 이후의 삶 >

영팔, 이백, 구, 삼 오 등 숫자로 이름이 불러지는 이 세계만의 룰이 있다
영팔은 아내와 싸우고 난 후의 도피처로 사우나를 선택했고
그 곳 식당에서 밥을 고르고 먹고 티비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 사이에서 '대머리 독수리' 라고 유일하게 숫자로 부르지 않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온다
여러 영업직에 종사하다가 지금은 장례 회사에서 일을 하고 한강이 보이는 집에 사는 남자다
영팔은 대머리 독수리와 주말마다 밥을 먹으며 대화하면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영팔은 한강이 보이는 넓고 좋은 집에 사는 대머리 독수리를 부러워했지만
대머리 독수리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편하게 만들지만 세상에서 외로운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소설 <이후의 삶> 에서 산다는 건 어차피 오동나무 관에서 향나무 관으로 바꾸려 애쓰는 과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이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대머리 독수리가 한 말이었다
죽음도 상품이 된 이 세상에서 마지막 가는 길에 어떤 관을 선택하느냐가
고인이나 자녀들의 경제적인 상황이나 삶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인식때문에
비싼 관에 모시는 것이 마지막 효도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마무리하고 효도하려는 의미에서 70년에서 백년 사이의 적송이나 향나무 관을 선호한다
하지만 나중에 이장할 때 보면 물이 차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머리 독수리는 좋은 관은 시신을 오래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신이 빨리 흙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거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쓰는 오동나무 관은 수령이 15년정도 된 것으로 만드는데 바람이 잘 통하고 가볍다
불에 잘 타서 화장하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결국 대머리 독수리는 관의 목적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종종 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관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잊어버리곤 한다며 비판했다
나에게도 죽음에 대해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