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왔던 나의 원픽 박서련 작가님.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더 셜리클럽. 고난과 역경 없이 몽글몽글 담백한 책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된 작품이다. 박서련 작가님의 장편소설로 매력을 깨우친 독자이기에 당연히 장편소설을 기대했던 바, 개인적으로 짧은 단편집들이 아쉽지만 박서련작가님만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작품세계를 맛보기에는 즐거웠다.특히,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인물과 배경설정의 매력. 거의 혼자 매드맥스를 보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 나, 마들렌은 작가님만이 생각할 수 있는 세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든다. 참신하고 엉뚱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읽는 이의 시간을 삭제해버린다.✏️문학이 위대한 이유는 아무리 형설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도 이미 그것을 상상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닐지라도, 또 정확히 이런 상황을 예견한 건 아닐지라도. 프란츠 카프카식으로 말하기: 어느 날 아침 목 잘리는 꿈에서 깨어난 나는 자신이 침대 에서 두 개의 몸으로 분화한 것을 알아차렸다. 마르셀 에메 인용하기: 그녀는 동시에 도처에 공재 가능했다. 즉 그녀는 자기 자신을 여럿으로 불어나게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장소 마다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_트래비스 앨버러/성소희‘벌거벗은 세계사’라는 채널을 좋아한다. 몇 안되게 챙겨보는 유투브 채널 중 하나이기도 할 정도로. 세계사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시청하게 된다. 이 책 역시 해당 매체와 유사한 포맷을 가지고 풀어 낸 작품처럼 여겨져 흥미로웠다. 한 문장 안에 머물기에 다소 이질적인 ‘매혹적인’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역사 속의 폐혀. 즉 잊혀진 다양한 장소에 대한 다룬 책이다. 산업화, 권력의 이동, 체르노빌과 같은 참혹한 사고, 세계전쟁 등과 같은 다양한 이유 속에서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의 생존이 어려웠으며 살 수 없는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짐으로서 존재하게 된 세계사를 통해 인류의 오만에 대해 되짚어보게 만들었던 책.
누운 자리에서 뚝딱 재미있게 읽어내렸던 사진집.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와 생각이 너무나 멋지고, 특히 ‘타투’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내는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몸에 대한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타투라니 너무 멋지잖아라고 속삭이며, 특히 시인 김선오님의 인터뷰가 마음에 깊이 남아 반복해서 읽게 되었던 작품.✏️몸이라는 공간은 내가 살아온 역사가 누적된, 여러 개의 선이 겹쳐서 생겨난 하나의 점이다. 나는 시를 쓸 때 몸의 감각을 많이 활용한다. 감각은 뜬구름처럼 허황되지도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몸과의 불화를 해소하는 데 타투도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다.타두는 나의 의지로 신체를 변형하는 행위다. 몸을 자발적으로 마음으로써 몸에 대한 주체성을 회득할 수 있다.✏️내 몸이 쌓아온 서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깨끗함'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얼룩진 몸인데, 타투를 한들 뭐가 대수인가. 나는 자신의 삶과 몸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겐 타투가 그 수단이었다.
📚더티 워크_이엘 프레스인간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일들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조용히 처리되고 있는 가를 다룬 르포형식의 논픽션이자 사회과학서.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인간의 노동, 그 중에서도 윤리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또는 그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외면해왔던 사실을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깨끗한 삶이 빚지고 있는 삶들에 관하여’라는 소개글이 작품 속 등장하는 모든 부조리함과 더러움을 꿰뚫어 버리는 듯하다.✏️어떠한 사회질서에서든 권력 격차가 존재하는 한 그 질서의 맨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부정한 시스템의 "매개물이자 도구"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권력이 없다는 그 사실이 관해 을 행사하려는 욕망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혹은 나치 수용소의 표로들에게 가해진 강제력만큼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강제적인 힘에 속박되기 때문이다. 그런 힘 중 하나가 경제적 곤경이라는 압력이다.
📚미필적 맥베스_하야세 고/이희정웅장하고 멋진 야경이 돋보이는 표지가 아름다우면서, 맥베스라는 익숙한 이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찾아보니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 맞다고 한다. 아무튼 비극이 큰 줄기를 담당하겠군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내렸다.마치 여행소설처럼 마카오와 사이공, 홍콩, 도쿄 등등 다양한 공간과 사건들이 널뛰며 등장하기 시작해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전개들이 난무하다. 이것은 범죄 소설인가라고 추측하면, 절절한 관계가 등장하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제는 촘촘하게 잘 짜여져있다. 다양한 소재와 배경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중 하나는 너의 취향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구성한 매력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