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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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붓꽃_루이즈 글릭/정은귀

문학작품의 가치를 물질로 환산하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다. 하지만 국내최대규모의 출판사들이 루이즈 글릭의 판권을 가져오기 위해 엄청난 수의 금액을 배당하였다는 분명 흥미로운 사실이다. 실물을 접하기 전부터 무성하였던 소문과 기대감으로 만나게 된 루이즈 글릭의 세 가지 시리즈 중 하나인 '야생 붓꽃'을 향유해보았다. 시집과 한 세트로 묶인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집 역시 멋지고 알찬 구성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믿고 보는 정은귀 번역가님의 번역본 역시 만족도 최고.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펼쳐 읽어 본 시들은 모조리 나의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 구겨질까 두 손으로 소중히 넘겨보는 시간동안, 루이즈 글릭의 다른 시선집도 빠르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야생 붓꽃
내 고통의 끝자락에
문이 하나 있었어.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봐 : 그대가 죽음이라 부르는 걸
나 기억하고 있다고.

머리 위, 소음 들,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들,
그리곤 아무 것 없어. 힘없는 태양은
메마른 땅 표면에 어른거리네

끔찍해, 어두운 대지에 파묻힌
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겨울의 끝
감각이 갈망하여
어둠과 빛 속으로 동시에
곤두박질치면서,

마치 네가 너 스스로를 표현하길
원하는 새로운 어떤 것인 듯,

모든 꽃, 모든 생기

(...)

다른 세계에서 너는 그걸 듣지 못할 거야.
다시는 또렷하게 듣지 못할 거야.
새 울음이나 사람의 외침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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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 - 기후 위기, 아직 늦지 않았다
탄소 연감 네트워크 지음, 세스 고딘 엮음, 성원 옮김 / 책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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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부제, 듣기만 해도 믿고 싶은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복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다가왔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나 하나라도'라는 간절한 바람 혹은 개인의 부채감일 수 있다. 나는 그렇다. 우리가 편리함을 누리는 사이 많은 것들이 발명(인스턴트, 통조림, 세정용품, 가전제품 등)되고,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왔다. 인간의 편리함은 결국 자연과의 조화를 깨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껏 우리는 편리해 왔기에, 조금의 효율성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강점은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포그래픽, 표, 지도, 용어, 역사의 자료들은 더 이상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타일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와 함께 읽고 싶다.

✏️우리가 직면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_제임스 볼드원

✏️당신은 매일 주변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하는 일은 변화를 일으키므로,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_제인구달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할 최초의 세대이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_버락 오바마

✏️우리가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앞길은 훨씬 쉽고 예측 가능할 것이다.

✏️편리함에는 목적지만 있을 뿐 여정이 없다. 느리고 어려운 일을 하는 즐거움, 가장 쉬운 일을 하지 않는 충족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효율적이지만 완전히 순응하는 삶에서 벗어나 우리 자아에 이르는 길목에는 불편한 선택지들이 자리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눈앞에 벌어진 사태의 진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좋든 싫든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깨닫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커리어를 향상할 기회로 활용하고, 우리가 그동안 간과한 것에 집중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이 기회에 하루를 보내는 방식, 서로를 대하는 방식,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재고할 수도 있다. 변화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은 이 변화 앞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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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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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에 무지한 나는 보노보 핸드셰이크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추측조차 하지 못했다. 동물들과 악수하는 법 인것인가. 라는 아주 멍청한 생각을 하며 펼친 책에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마치 옷장 속에서 다른 세상이 열리는 판타지 작품처럼. 우선 나는 보노보라는 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았다. 제인 구달이라는 연구자를 통해 침팬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졌다면, 이에 비해 보노보에 대한 선행연구와 보호는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논픽션의 저자인 버네사 우즈가 만난 낯선 보노보들은 어떠한 생물체들인지 너무나 흥미롭게 읽어내렸다. 저자가 진솔하게 표현하는 그리고 관찰한 보노보라는 영장류가 보여주는 믿기 어려운 사실들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였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 협동 및 협력의 행위를 보여주고, 약자를 돌보는 것이 가능한 동물. 어쩌면 나는 이 책을 통해 보노보가 아닌 동물에 대한 시선자체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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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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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_막심 고리키/정보라

번역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 고전소설임에도 유려하게 읽히는 흐름과 가독성에 박수를 보내며, 정보라작가님의 다른 면모를 발견한 시간. 벽돌책과 비슷한 모양새의 진입장벽만 넘어선다면 고전문학이라는 특유의 낯섦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나 역시 첫 장을 펼치기에 걸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몰입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역사 속에서 또는 현실에서 경험해왔던 바와 많이 다르지 않은 소재와 관계성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본인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형성되기 전에 집필하였음에도, 무수한 시간을 지나 우리의 곁에서 읽히는 이 책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에 대단함을 더불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대사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더불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물들의 묘사이다. 고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변화의 주체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 그 여성이 또한 젊은 신여성이 아닌 가부장제의 피해자 여성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시리즈, 번역가, 여성의 주체성까지 모든 작품성을 갖춘 책은 아마도 빠르게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그들의 하루는 공장이 잡아먹었고 기계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사람들의 근육에서 빨아먹었다. 하루가 흔적 없이 삶에서 지워졌고 인간은 무덤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휴식의 달콤함과 연기 자욱한 술집의 기쁨 뿐이었다. 인간은 그것에 만족했다.

✏️삶의 힘겹지만 평온하고 음울하게 올바른 흐름을 방해할 만한 뭔가를 던져 놓지 않을가 두려워 했다. 사람들은 삶이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자신들을 찍어 누르는데 익숙해졌고 더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채 모든 변화는 오로지 그 억압을 더 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여겼다.

✏️화를 내면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런 화난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는 짓이에요. 그런 인생리아니! 전 예전에는요, 사람들한테 화도 내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게. 사방을 다 겁내서 마치 이웃 사람이 자기를 때릴까 봐 그전에 얼른 내가 먼저 한 방 먹여 주겠다는 것 같잖아요. 그런 인생이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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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소중한 세계 - 호미네 계절집
김희경.이지훈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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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소중한 세계_호미네 계절집/김희경&이지훈

내 로망을 실현시키며 살아가고 있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 혼자라면 조금 더 쉬운 선택일 수도 있을 법한 자신의 세계 만들고 꾸미기,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위하고 힘을 합쳐 소중한 세계를 만들어 낸 이들의 이야기가 겨울의 도피처가 될 아늑한 집을 연상시킨다. 물론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되지만.
강남에서 양평으로의 출퇴근 길을 기꺼이 즐기며 떠나는 이와, 돌아올 곳이 자신의 애정어린 것들로만 가득 채운 공간이라는 점이 자꾸만 부러워진다. 나는 어떤 내 공간을 어떻게 꾸며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하면서:)

✏️없어서 이곳에 왔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대중교총, 배달 음식점, 학원이 없는 것이다. 이것저것이 없는 곳에서 우리 만의 것을 채우고 싶었다.

✏️쉽게 바뀌지 않는 꾸준한 취향, 한결같이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태도. 그래, 나는 그의 그런 묵직함과 평온함을 사랑하고 신뢰한 게 아닐까.

✏️도시 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시작한다고 해서 당연한 삶의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해결에 급급하기보다는 땀을 흘리며 정신을 비우고 그 문제를 한 발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이 집에서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은 마음이다. 내 마음은 어차피 이성과 합리보다는 감성과 기분이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뺐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내 마음은 적어도 물질적인 것 때문에 자존감을 잃지 않는, '합리화'라는 안전장치로 단단하게 둘러 있는 듯하다. 아내도 아이도 그런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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