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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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_막심 고리키/정보라

번역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 고전소설임에도 유려하게 읽히는 흐름과 가독성에 박수를 보내며, 정보라작가님의 다른 면모를 발견한 시간. 벽돌책과 비슷한 모양새의 진입장벽만 넘어선다면 고전문학이라는 특유의 낯섦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나 역시 첫 장을 펼치기에 걸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몰입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막심 고리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역사 속에서 또는 현실에서 경험해왔던 바와 많이 다르지 않은 소재와 관계성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본인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형성되기 전에 집필하였음에도, 무수한 시간을 지나 우리의 곁에서 읽히는 이 책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에 대단함을 더불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대사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더불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물들의 묘사이다. 고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변화의 주체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 그 여성이 또한 젊은 신여성이 아닌 가부장제의 피해자 여성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시리즈, 번역가, 여성의 주체성까지 모든 작품성을 갖춘 책은 아마도 빠르게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그들의 하루는 공장이 잡아먹었고 기계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사람들의 근육에서 빨아먹었다. 하루가 흔적 없이 삶에서 지워졌고 인간은 무덤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휴식의 달콤함과 연기 자욱한 술집의 기쁨 뿐이었다. 인간은 그것에 만족했다.

✏️삶의 힘겹지만 평온하고 음울하게 올바른 흐름을 방해할 만한 뭔가를 던져 놓지 않을가 두려워 했다. 사람들은 삶이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자신들을 찍어 누르는데 익숙해졌고 더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채 모든 변화는 오로지 그 억압을 더 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여겼다.

✏️화를 내면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런 화난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는 짓이에요. 그런 인생리아니! 전 예전에는요, 사람들한테 화도 내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게. 사방을 다 겁내서 마치 이웃 사람이 자기를 때릴까 봐 그전에 얼른 내가 먼저 한 방 먹여 주겠다는 것 같잖아요. 그런 인생이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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