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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ㅣ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코펜하겐 삼부작1_토베 디틀레우센
얼마나 야무지게 들고 다니며 읽었는지 표지가 온통 구겨지고 난리법석이다. 평소에 책등과 모서리 닳는 것조차 아까워 하는 나에게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출퇴근 가방 속에 굴러다니더라도 들고 다니며 읽게 만들었던 책. 삼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아직 남은 두 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변태같다.
아무튼, 유년의 불행을 이야기하는 책은 읽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이던 남의 이야기이던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은 하나의 묘사가 되어 나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그 인물이 되어, 깊이 공감하며 그 아픔을 함께 하기도 한다. 내가 아픔을 나눠지고 싶은 유일한(혹은 몇 안되는) 인물의 등장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책에 있어서 결벽증상을 보이지만, 꼬깃꼬깃해질정도로 구겨져도 들고 다니며 읽고 싶은 책. 끝.
✏️기묘하고 한없이 부서지기 쉬운 우리의 행복은 오직 우리 둘만 있을 때만 무럭무럭 자라났고, 내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게 된 뒤로는 어머니가 나를 이따금씩 슬쩍 처다보는 드문 순간들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문 무섭고 사악하고 위험한 일들을 질질 끌며 창밖을 지나쳐 가는 밤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잠든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친밀하지만 고통스럽고 불안정하기도 해서, 나는 늘 어머니가 나를 사랑한다는 신호를 계속 찾아 헤메야 한다.
✏️어린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 그것은 늘 자리에 있고, 모두가 그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어른들 대부분은 자신의 어린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들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그들이 간신히 그 시절을 잊는 데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로 방향을 틀더라도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맞부딪히고, 그 단단하고 뾰족한 모서리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입는다. 그 일은 수 많은 상처들이 우리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놓은 뒤에야 멈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점이 어른들의 가장 나쁜 점 같다. 그들은 자기들이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된 혹은 무책임한 행동을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그토록 성급하게 판단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심판대에 세우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