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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수 우잘라 - 시베리아 우수리 강변의 숲이 된 사람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데르수 우잘라. 어디선가 추천을 받아 읽어야 겠다고 생각만 했던 책. 다행스럽게도 데르수 우잘라와 나는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하는 여행. 단지 경험을 쌓기 위해 하는 여행과는 다른 기록이었다. 대장과 마찬가지로 아 데르수는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를 대장이라고 불렀는데 데르수 우잘라의 저자분이시다. 대장과 마찬가지로 나도 순박하고 아름다운 데르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호랑이를 죽였을때 슬퍼했었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슬펐고 뗏목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몰아갔던 상황에서는 나도 함께 숨을 삼켰었다. 대장은 데르수를 문명에 초대했지만 데르수는 인간들의 문명을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엔 다시 숲을 선택했다. 어째서 나무를 돈 주고 사는가. 어째서 물을 돈 주고 사는가. 데르수의 외침이 머리 속에 생생하게 울려퍼져 잠시 숙연해졌다. 자기 자신을 지킬 힘 조차 없었던 한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에서 부터 숲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은 슬프다 못해 안타까웠다. 허나 그 것이 데르수가 선택해야 했던 단 하나의 길이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문명을 보며 데르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어코 무릎을 꿇으며 대장에게 돌아가겠다고 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문명에 데르수가 느꼈을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데르수는 숲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나 또한 묻고 싶다. 데르수는 무엇이 그렇게 궁금했던 걸까. 자신을 죽인 자의 얼굴이었을까. 문명에서 벗어나 간신히 손에 넣었던 숲의 모습이었던걸까. 고맙습니다. 데르수. 당신으로부터 사람을 알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기에. 대장은 분명히 북극성이었지만 당신은 별이었기에. 단 하나의 별. 다시는 없을 별. 데르수 우잘라. 그대가 태어난 푸름으로 돌아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