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의 말들 -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행복
은한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꿈은 직업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은한 작가의 『해금의 말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화려한 성공담도 아니고, 특별한 이력을 지닌 사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에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담겨 있다. 실패와 좌절, 그 끝에서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순간. 작가는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해금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그것은 생계의 수단이자, 자신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소리였다.


 거리 공연자의 삶은 말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소득은 불안정하고, 사람들의 시선은 때때로 무관심하거나 날카롭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현실에 무너지지 않았다. 해금을 연주하며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그들의 반응, 그리고 거리 위에서 발견한 작은 풍경들이 그녀를 지탱했다. 해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자신의 소망과 행복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였다.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대신해 들려주는, 작가만의 언어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꿈은 직업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무슨 일을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통해 진로를 묻지만, 그 안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져 있다. 작가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불안정했지만 진실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였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그래 죽어야겠다. 딱 1년만 놀고!”라는 대목이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던진 듯한 그 한마디는 오히려 살아보고자 하는 간절한 몸짓처럼 느껴졌다. 체념과 희망이 교차하는 감정의 복합성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크고 대단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지키며 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해금의 말들』은 삶의 전환점 앞에 선 사람, 혹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격려다. 실패와 좌절을 마주했더라도,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비록 그 길이 작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이 모두에게 또 하나의 ‘해금’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