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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맛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16
류호선 지음, 정지윤 그림 / 사계절 / 2009년 10월
평점 :
전라남도 보성이 고향인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사투리의 맛을 알려주었을뿐만 아니라, 어린시절 고향에서의 추억과 맛과 멋을 동시에 안겨주어 고마움과 반가움을 듬뿍 선사해주었다.
고향을 떠나온지 어언 20여년...세련되고 도시적인 서울말을 배우느라 애써 사용하지 않았던 전라도 사투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마구마구 쓰고싶어진다. 워메 어쩐다냐?
TV에 떡하니 나오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인 철환이는 전라남도 여수 돌산도에서 유명한 동네 아나운서이다. 아버지의 직장이 옮겨짐에 따라 서울로 전학을 온 철환이는 사투리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도 당하고, 사투리가 여러가지로 발목을 잡고 걸림돌이 된다.
세침떼기 탈렌트 친구 혜향이의 도움으로 학교 교내 아나운서에 도전하지만, 결국 사투리 때문에 아나운서 시험에 똑 떨어진다.
시험에 떨어져 의기소침한 철환이에게 담임선생님은 "사투리도 중요한 우리나라 말이기 때문에, 하찮게 생각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잘 알 고 있어야하는 소중한 우리말의 일부"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이로써 친구들과도 가까워지고 사투리의 진정한 맛도 알게 된다.
조폭영화에서 조폭들이 주로 전라도 사투리를 쓴 탓에 왠지 전라도 사람들은 다 조폭의 계보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니, 이 대목에선 씁쓸한 맘이 드는게 사실이다.
"암씨롱토 않다. 느그들 걱정 말랑께 " 전라도 사투리가 요로코롬 달짝지근허니 입에 착 잘라붙고 정이 좔 좔 흐르는 맛있는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실실대며 웃었더니 아이들이 의아해하며 쳐다본다.
"뭐가 그리 재밌어요?" 하는데 "니들이 사투리의 맛을 아니?" 라고 되물었더니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본다.
참말로 전라도 사투리는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