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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제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어요
아네테 블라이 지음, 박규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친정 아버지가 하늘 나라로 떠나시고 두번째 맞이하는 가을.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기에 이별 준비도 제대로 못했기에, 가을이 오면 늘 마음 한구석엔 휑하니 찬바람이 훑고 지나가는듯 하다. 멀리서 늘 마음으로 응원해주던 아버지라는 큰 존재를 떠나보낸 아픔은 세월이 가도 작아지지를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찾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는것을 실감할때 느껴지는 공허함은 견디기 힘들때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여자아이 리자도 어느날 생각지도 못했던 이별을 경험한다.
함께 사냥하고, 숫자를 세고, 밤하늘의 별을 헤고, 새총 쏘기도 하면서 마냥 즐겁기만 했던 할아버지와 손녀딸 리자. 때로는 부모이면서 친구였고, 때로는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가 어느날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버린다. 다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먼 나라로...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이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리자에게는 그저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으로만 다가온다.
왜 나만 혼자 두고 떠나야만 했는지 따져묻는 리자에게 할머니는 '다만 눈으로 볼 수 없을뿐, 마음속에 영영 살아 계신다'는 믿음을 준다.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 먹었던 체리케이크처럼 가슴속에 남아서 언제나 생각이 나는 것처럼...
할머니의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으로 리자는 이제 제법 눈을 감고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영원히 함께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친 할아버지와 외 할아버지가 모두 계시질 않는 우리 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다. 할아버지 사랑을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할아버지'라는 따뜻한 존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런 엄마의 마음이 통했을까? 책을 다 읽고 난후에 채원양은 "엄마, 외할아버지도 가슴 속에 계시는거야? 보고싶다" 라고 한마디 던진다.
그래도 채원양은 4살때 떠나보낸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성 싶어, 올 가을은 조금 덜 휑할 듯 싶다.
물감이 번져버린 수채화가 된 가을 들판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더이상 리자도 외롭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