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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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했습니다.)

"아니, 이런 일은 생겨선 안 돼." (p.107)

휠체어를 구르며 못 가는 곳이 없는 구르님(저자, 김지우)은 독일에서 기차 리프트를 연결해줄 직원이 5분 정도 늦었을 때 그에게 농담을 던졌다. "괜찮아. 이런 일은 늘 생기지" 그러자 직원은 위와 같이 말한다. 휠체어를 타며 겪는 불편이 당연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

서평을 쓸 때에는 읽는 사람의 이야기는 배제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200페이지 에세이 한 권으로부터 느끼는 바가 많아서 내 안에 설명하기 힘든 말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편견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평가하기도 부끄럽게 일상에서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법이 없다.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간다거나 그런일이 아니라면 그들을 볼 수 없다. 마치 세상에 없는 듯 하다. 지나가며 길에서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을 본 것이 전부다. 저상버스에 누군가 타는 모습도 본 적 없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 수 없다. 요즘은 학교에서 다양성과 인권을 강조하며 여러 교육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내가 어릴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그들이 생각보다 도움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 점을 배려해서 물어봐야한다고 어디서 들었던 것 뿐이다.

그렇다보니 이 책 126페이지에서 트램을 타기 위해 주변의 승객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그가 한 말이 신기했다. 물어봐 줘서 고맙다는 말. 낯설고 낯설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 돌봄을 제공 받았던 가족에 대해서도 그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구르님의 이야기는 분명 휠체어와 눈물이 담겨있는데 읽는 나는 장애를 한 스푼도 느끼지 못했다. 이야기가 선명해서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대신해서 눈물짓다가 웃음을 지었다가 반복했다. (마지막 호주에서의 식사 장면은 정말이지...)

올해 최고의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다.

꼭 읽어보세요 ! 강추

#의심없는마음
#굴러라구르님
#응원해요

장애를 가지고 살아오며 얻은 한 가지 문장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p.23)

그러므로 차별받는 사람들은 당장의 상황을 겪는 것에서도, 이후 그 기억을 소화하면서도 아주 지쳐버린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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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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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했습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에 선정된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2500년에 걸쳐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과학책의 표지와 삽화 등 자료가 280여 점이 실려있어 내용이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눈이 즐겁기도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책, 파피루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과학자, 과학적 사실, 숨겨진 비화가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몰입하고 디깅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책이 있을까.

과학책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들어갈 내용과 삽화만 놓고 보았을 때 오히려 책이 얇게 느껴진다(350p). 단순히 생각할 때 과학의 역사를 나열만 하더라도 양이 제법 될테니 그저 부드럽게 저술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철학, 기하학, 천문학, 화학, 생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과학의 역사를 작가의 통찰과 함께 적당히 버무려 독자들이 피로해지지 않게 잘 쓴 과학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학의 발전에는 한 가지 발명이 중심에 있었다. (중략) 우리에게 훨씬 친숙한 이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의 지식은 기껏해야 민담과 수수께끼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과학을 발전시킨 이 발명은 바로 '글'이다. (p.8)

📌이 책은 다섯 시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1️⃣ 고대
2️⃣ 르네상스(13~18c)
3️⃣ 근대의 고전(19c)
4️⃣ 상대성 이론과 유전학이 등장하는 20c
5️⃣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부록에는 '위대한 과학책 150권' 목록도 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탐독을 위한《책을 쓰는 과학자들》읽는 방법!

1. 삽화 중심으로 빠르게 훑어 읽으며 눈길이 가는 내용을 먼저 골라 읽는다.
2. 자신이 천문학자, 화학자, 생물학자라고 생각하며 다른 관점으로 읽는다.
3. 해부학, 지리학의 변천사 혹은 과학책 표지의 디자인 변화에 주목하며 읽는다.
4. 다음에 읽어볼 과학책을 표시하며 읽는다.

📚 이 책에서 언급되는 책 중 추천도서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빌 브라이슨《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과학책에서 그림은 무척 중요하다. 내 전공은 화학과 생명공학인데 두 분야 모두 그림으로 설명되지 않았다면 졸업하는데 큰 지장이 생겼을 것이다. 라부아지에의 《화학원론》,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과학책과 마리 퀴리의 방사능 연구 스펙트럼 등 글이 아닌 삽화만 잡고 뜯어보아도 충분한 책이었다. 로절린드 프랭클린도 언급되어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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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서 본다 -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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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서 본다(#협찬 @whosgotmytail )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이라도 20분 이상 바라보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드로잉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20분이 흘렀고, 그 과정을 통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관찰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프롤로그)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인 런던에서의 여행을 상상해본다. 런던만의 도시 투어를 즐긴다.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열심히 걷고 그들의 일상장면을 들여다 보거나 박물관과 같은 명소에 들려 열심히 눈으로 담아내고 사진도 찍는다.

이고은 작가의 《그리면서 본다》는 여행의 색다른 방법으로 '드로잉'을 제시한다. 정밀한 묘사와 결과물이 중요한 드로잉이 아닌 작품을 보면서 느낀대로 보이는대로, 그려보는 과정 중심의, 체험 중심의 방법이다.

《그리면서 본다》라는 제목의 의미는 그리면서 작품만이 아닌 나의 내면과 그곳의 공기를 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림은 잘 못그리지만 이 책이 말하는 대로 따라해보고 싶어졌다. 이고은 작가 만큼 감각적으로 그리진 못하겠지만, 비슷하게 느낌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그날의 온도가 담긴 드로잉으로 투어를 더 의미있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눈으로 마음껏 따라가는 것이다. 장식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가 놀이가 된다. 잘 그리겠다는 부담보다, 보고 싶은 걸 다 그려 보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p.46)

스페인 가우디 투어를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가우디 성당의 외곽에 조각된 예술품들의 디테일함에 넋이 나갔다. 카메라로 열심히 담아보았지만 벅찬 감동은 도무지 담겨지지 않았다.

전시를 사랑하는 매니아에게도, 한 번 즐겨볼까 싶은 초보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방법대로 전시를 즐겨보라. 나만의 전시 가이드를 갖게 되고, 추억을 새길 수 있다.

<《그리면서 본다》를 즐기는 방법>
1. 책을 준비한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2.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읽는다.
3. 앞부분의 '준비물과 마음가짐'에 대해 읽는다.
4. 드로잉을 감상하며 꿀팁을 흡수한다.
5. 마음에 드는 드로잉이 있다면,
QR코드를 찍어 실제 전시 물건 사진과 비교해보기!

🏷그리고 신기했던 것! 띠지가 포스터였다!
(양면으로 한 쪽 면은 외부, 다른 한 쪽은 내부(로비)이다.)



런던 가고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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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 -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자폐 스펙트럼의 세계
피트 웜비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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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나에겐너무어려운스몰토크 >는 34살이 되어서야 자폐 진단을 받게된, 영어 교사이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피트 웜비의 에세이이다. 예상치 못한 자폐 진단으로 자신의 힘듦에 대해 묘한 위안을 가지게 된 것도 잠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알아갈수록 신경전형인에 의해 잘못 전해진 자폐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들과 만나게 된다. 그는 자폐 당사자로서 많은 목소리를 대신하기로 마음먹고, 자폐인을 비롯한 신경다양인들의 기본적인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자폐인-비자폐인의 차이가 내향인-외향인 이야기만큼 일상적으로 다루어지면 좋겠다. 사람들 모두가 자폐에 관한 기본적인 진실을 알고 있는 세상, 자폐인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세상을 꿈꾼다. (p.294)

사회생활에서 나를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써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내가 자폐인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만큼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자폐, ADHD, 양극성 장애 등의 특성을 가진 신경다양인들이 5명 중 1명이라고 하니 신경전형인과 신경다양인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도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 자책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잠에서 깨어난 후에 좀처럼 하루를 시작할 수 없어 몇 시간이고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중략)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자폐인이 매일 대처해야 하는 무언가와 굉장히 닮았다. (p.127)

🔖거의 모든 자폐인들이 앓고 있는 아픔 하나는 의사소통 실패로 인한 트라우마의 역사다. 오해하고, 농담을 망쳐버리고, 동기를 잘못 해석하는 등의 실패 말이다. (p.183)

모든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길에서 만난 낯선이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이 신경전형인이라고 해서 불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 행동이 직접적으로 당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냥 이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좋다. 당신이 마주친 신경다양인은 아마 극도록 사회적 상호 작용을 조심하고 경계하고 심지어는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 외향인 자폐아는 조금씩 끔찍한 사회적 경험으로부터 은유적인 타격을 받아 움츠러들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점점 줄이게 된다. (중략) 대신에 그들은 일종의 비자발적인 내향성을 강요당하게 된다. (p.85)

🔖 자기 자극 행동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둘 것. 반복적인 움직임과 소리를 증거로 무섭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결론짓지 말고,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자폐인이라고,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자폐인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p.255)

우리 사회에 이미 다수 존재하는 신경다양인에 대해 하나의 특성,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며 해외에는 다수 존재하는 자폐 당사자의 저서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다양한 신경다양인의 고백이 담긴 책들은 존재하고 SNS 등에서도 공유되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전문가인척하는 사이비나 자가진단에 의한 신경다양인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도 참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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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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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요하라 신'의 장편소설인 #하늘을건너는교실 은 NHK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주인공들의 성장이 담긴 소설입니다. 쨍하게 눈에 띄는 표지와 어울리는 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은 마치 일드 한 편을 정주행 한 듯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저마다의 색깔과 사연이 있는 주인공 네 사람과 야간 과학부 선생인 후지타케까지 실감 나는 과학실험의 묘사와 함께 배움의 열정을 보여주지요.

p.16 한 단계 올라가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오히려 한 단계 떨어진다. 나의 21년 인생은 그런 것의 반복이었다.

네 주인공 중에 가장 몰입이 되었던 캐릭터는 바로 첫 번째로 등장하는 '다케토'였습니다. 다케토는 자신이 난독증임을 모르고 그저 불량품 취급을 당했던 세월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데요. 그런 그가 성과를 얻고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았을 때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p.43 잃어버린 건 몇 년일까. 10년...... 아니, 더 긴가. 잃어버리지 않아도 되었던 세월이다. 부모님이 좀 더 진지하게 봐주었다면. 누구 한 사람이라도 교사가 알아차려주었다면. 그러면 평범하게 중학교 생활을 보내고,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나와서 지금쯤 대학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비우고 손을 움직이려고 해도 끊임없이 원망이 솟구치고, 억울해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 사연들이 딱하기도 하고 또 주변에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우면서도 한 번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보다는 한 번의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p.115 분하지는 않았다. 모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서 좌절이라고 부르기도 우스웠다. 공립중학교의 교복 치수를 재면서 내가 언니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엄마가 친척에게 "저 애는 자기 아빠를 닮았어"하고 투덜거린 소리를 들었을 때, 확실히 깨달았다. 엄마의 마음속에서 난 이미 끝났다는 걸

소설 전체적으로 여름과 어울리는 도심과 밤하늘을 연상케 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함께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받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이요하라신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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