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이 이긴다
김관성 지음 / 더드림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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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경인물 중 다윗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쫌 독특하다.

물론 다윗은 원수를 사랑하고, 하나님이 늘 이기게 하시는 상승장군이며,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빛나는 별이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최고의 극찬을 받은 인물이다.

내가 주목하는 점은 그러한 다윗의 출발점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여덟 중 막내 아들인 다윗은, 장성한 형들이 즐비한 가운데에서 홀로 사나운 짐승들의 위협을 받으며 양을 쳤다.

죽든지 살든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 '잉여인간' 이었던 것이다.

그런 다윗에게 어느날 사무엘이 나타나 기름을 붓지만,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골리앗을 대적하려는 다윗에게 비수처럼 폭언을 퍼부은 사람은 다름 아닌 큰 형 엘리압이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보호해 주지 않는 역기능 가정에서, 다윗은 홀로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푸르디 푸른 생명력을 드러낸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김관성 목사님의 <본질이 이긴다>를 읽으면서, 아주 오래 된 복음성가 한 곡이 떠올랐다.

"들풀에 깃든 사랑" 이라는 곡이다.

'오늘 피었다 지는 들풀도 입히는 하나님
진흙 같은 이 몸을 정금같게 하시네

푸른 하늘을 나는 새들도 먹이는 하나님
하물며 우리랴 염려 필요없네"

유명한 산상설교의 구절에서 가사를 따온 소박한 노래이다.

<본질이 이긴다>는 들풀 같은 느낌의 책이다.

먼저 저자가 거의 아는 사람 없는 작은 교회의 가난한 목회자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이루는 글들은 책을 만들기 위한 집필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읽을 수 있었던 글이다.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도 누구 하나 유명한 사람이 없고 페이스북 통해 저자의 글을 대해 온 독자들과 함께 동역해 온 동료 교역자이다.

기라성 같은 저자들의 책들이 화려한 광고를 내세워도 잘 팔리지 않는 기독 출판계의 현실에서, 자칫 유행가 가사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모를 잡초가 되는 수가 있었던 책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김 목사님의 글을 좋아하던 수 많은 독자들이 자신이 읽기 위함은 물론 선물용으로 구매를 하여, 1쇄로 찍어낸 수량으로 초기 수요를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80~90프로의 책들이 1쇄를 채 팔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독 출판 현실에서 참 희귀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시적인 수요의 발생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꾸준히 팔리면서 자리매김을 했고, 나 또한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 읽었던 글들이긴 하지만 함께 읽게 되면서 훨씬 분명한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힘든 가족사를 읽으면서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하심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됨에 따라 점점 열의를 가지고 읽어 나가게 되었다.

"아빠, 나는 아빠가 참 좋다."

목사님의 아들이 목사님에게 한 말에서, 참된 성도는 원망과 불평을 그치고 자신에게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름 없는 들풀은 바람 부는 데로 허리를 굽혀야 하고 짐승의 말발굽에 짓밟히기도 하는 연약한 생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들풀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깃들게 되면, 바로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돌보심을 세상에 증거하는 고귀한 존재가 된다.

성도는 질그릇 속에 보화를 가진 존재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세상과 같이 성도 자신이 금그릇, 은그릇 되는 것을 칭찬한다.

값비싼 금그릇, 은그릇은 사용하는데 주저스럽기에 손 안 닿는 곳에서 먼지만 쌓이다가 결국 팔려나갈 따름이다.

오히려 만만한 질그릇과 나무그릇이 요긴하게 사용 되어진다.

김관성 목사님의 <본질이 이긴다>는 겨울철에 따뜻한 국밥 말아먹는 뚝배기 같은 책이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방부제 안 들어간 어머니의 정성어린 음식 같다.

그 정성이 짓밟혀 있는 한국교회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는 성도들의 진심을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주님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명력을 피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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