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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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군사, 스포츠, 문화 등 다른 나라는 넘볼 수 없는

부동의 1위 국가 미국.

넘쳐나는 부요와 자유 속에서 끝없는 행복을 누리는 듯해 보이는

그들의 삶을 흠모하여 탄생한 표현이 'American Dream'.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간다.


옛날 유행가 가사 속에 있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닐까?

(여담이지만, "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 가사는,

전두환과 괴뢰도당들에게는 정확하게 들어맞는 표현이다.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가로...)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부동의 1위이자 넘사벽인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아니, 우리에게 신화처럼 알려진 미국은

사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나라였다.

실재로 미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고통을 잘 보여준 것이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였다.

신용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극단적인 소비를 부추겨서 쌓아올린 모래성은 단번에 무너졌다.

미국의 의료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는 미국 속에서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불안함과 처절함을 잘 보여 준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조국 미국에서는 치료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질병을

무료, 또는 너무나 저렴한 비용으로

그 토록 무시하던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치료받고

눈물 흘리던 아주머니의 표정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인 노동전문 변호사인 토머스 게이건이 쓴

「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는,

수 차례 독일을 방문으로 이 미국인 변호사가 경험하고 알게 된

독일의 시스템과 국민들의 삶을 통해

미국과 미국인들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법학과 함께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탄탄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을 이 주제에 대해

재밌으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나름의 생각을 하게 한다.

늘 생존의 위기를 느끼면서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가족과 함께 하지도 못하면서도

결국 경제위기를 맞은 미국인들은,

1년에 6주의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노동자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보수조차 높은 독일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나라로

부러움을 받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 해답은 사회를 이루고 유지하는 우리가 '사람'이라는 데 있다.

사람이란 목전에 칼을 들이밀고 위협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보호해 줄 때 마음을 다해 일을 할 수 있다.


게이건 변호사는 독일의 시스템과 국민의 삶을,

한쪽 일방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수시로 양쪽을 넘나들면서 수다꾼마냥 실감나게 풀어낸다.

때로는 일관성이나 논리 면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

혼동이 생겨 다소 짜증도 났지만,

원래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것이니깐

그런 점만 쫌 참아주면 아주 유익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나와 아무런 상관 없이 느껴졌던 국가의 정책과 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반 국민들도 뼈저리게 느낀 지난 4년 반...

사회안전망이 부재하여 한 번 발을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집권세력은 부패한 기득권들의 사주를 받아

국민들을 더욱 처참한 지경으로 몰아넣어

영원한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만들려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 정치, 경제, 사회에 관심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내 지식은 지극히 지엽말단 적이고,

그나마 2차대전 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눈 뜨게 되어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독일과 유럽국가들, 복지와 고용 시스템 등

제반 사회주제들을 알아가자는 각오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한 미국인 변호사의 체험담을 담은 이 책...

트위터를 통해 조국 교수 소개로 읽게 되었는데...

나름 뿌듯한 독서가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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