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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퇴근’을 넘어 ‘6시간제 노동제’로!

-홍세화 대표, 3월 6시간제 시행하는 보리출판사를 만나다

 

2012년 3월 2일부터, 우리나라 노동 역사에서는 처음으로 ‘6시간 노동제’를 시행하는 곳이 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낼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며 책을 만들고 있는 보리출판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4일,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와 이수현 사무총장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보리출판사를 방문했다. 홍세화 대표는 이날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 ‘6시간 노동제 TFT’ 구성원들을 비롯한 보리출판사 노동자들과 만나서 6시간 노동제의 취지와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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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6시간 노동제’를 시행하는 보리출판사는 파주출판단지에 사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6시간 노동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윤구병 대표는 “민주노총에 가입해 있는 대기업 노동자들조차 현재 자본의 요구에 응해 ‘자발적’으로 특근과 야근, 휴일 노동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법으로는 주 40시간 노동제가 확립되어 있고 가외 노동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이 법조문은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게 하는 작업장도 부지기수”라며 현 노동계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에 더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노동은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자면 핵발전소, 핵무기 공장, 최루탄 생산 공장, 유해식품 공장, 닭 공장, 돼지 공장, 소 공장……. 그리고 사람을 짐승 부리듯이, 기계 부리듯이 하는 각종 산업 들을 없애는 게 마땅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사회 변혁의 길에 선뜻 앞장서려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보리출판사에서 6시간 노동제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세화 대표는 “외국에서도 6시간 노동제와 준하는 제도를 시행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있다.”면서 “노동운동의 역사는 일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기에 이번 보리출판사의 시도가 성공 사례로 정착되기를 두 손 모아 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6시간 노동제를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출발 지점으로 향후에 진보신당과 보리출판사가 함께하는, 6시간 노동제 대담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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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를 비롯한 노동자들과 면담하는 모습.

 

보리출판사는 지난해 11월에 6시간 노동제를 두고 여러 차례 사내 토론회를 가진 뒤에, 지난 1월 초부터는 6시간 노동제 TFT를 꾸려서 ‘6시간 노동제 시행 규칙’을 만들었다. 또한 지난 2월 27일에 열린 ‘2012년 보리출판사 단체협약’에서는 2012년 3월부터 ‘6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보리출판사 노동자들은 2012년 3월 2일부터 하루 6시간(09:00~16:00), 주 30시간 노동을 기본 노동 시간으로 주5일을 근무하게 된다. 또한 노동 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 감소는 없으며, 2012년 임금인상안에 대한 단체협약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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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채식 식단으로 차려진 보리출판사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홍세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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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 지하 1층에 있는 북카페 ‘보리 책놀이터’를 방문한 홍세화 대표.

 

홍세화 대표는 6시간 노동제에 대한 면담이 끝난 뒤에 유기농 채식 식단으로 차려진 보리출판사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뒤이어 보리출판사 지하1층에 있는 북카페 ‘보리 책놀이터’까지 두루 둘러본 뒤에 방문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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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 6시간 노동제 시행 규칙

 

 

전문

 

(주)도서출판 보리(이하 ‘보리’라 부른다)는 처음 기획실로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을 눈 밖에 둔 적이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리가 지켜 온 정신이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노동이 인간의 의식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노동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도리어 인간의 삶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돈벌이에는 도움이 되는 반 생태적인 유해 노동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그 결과로 인간다운 삶의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이 거기에 기대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자연과 생명계 전체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노동은 하지 않는 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사회 변혁의 길에 선뜻 앞장서려는 사람이 없다. 노동자가 잔업, 철야까지 해서라도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절한 생존투쟁에 내몰린 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가족과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것과 다름 아닌 상황이다. 이에 보리가 6시간 노동제를 시행함으로써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로 한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