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즐겁게 봤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에 대해 다룬 이야기. 많은 등장인물만큼 서로 다른 그들은 적군뿐만 아닌 같은 편 내에서도 싸우고, 가끔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한발 물러서기도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신들도 뛰어든 이 기나긴 전쟁에서 겪는 대혼란과 감정이 휘몰아친다. 각자만의 이유로 이어나가는 전쟁이 남긴 수많은 죽음. 그것은 과연 정해진 운명이라는 말로 넘어가야만 했던 일인가?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차라리 신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신들이 인간들의 무례에도 개의치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처럼 그렇게 느끼고 행동했기에 이야기는 생겨났다. 그래서 운명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납득가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지뢰를 밟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아야 하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와 달리 일리아스 속에서 각자가 맞이하는 운명이 다소 허망해보일지라도 더 생생하고 그래서 더 빠져든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만의 비장함이 엿보이는 트로이 전쟁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