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제목과 연결되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있다. 잘 익은 과일을 한쪽을 누군가 파먹은 듯한 모양새는 누군가 상처 입은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명암으로 인해 더 어둡게 표현된 과일의 가운데는 우리의 주변에서 기웃거리는 불행인 것만 같다. 불행이 벌어지면 피해를 입은 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입을 타고 오르내린다.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수시로 위치가 뒤바뀐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한 편을 봤을 뿐이지만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가해자 H의 피해일지. 그는 왜 가해자였다가 피해자거 되었을까. 무슨 일이 벌어졌나. 초반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끝은 모든 것을 뒤바꿨지만. 평범함에 가릴 수 없었던 누군가의 고백과도 같은 일지였다. 수록된 이야기의 제목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워서 모두 읽고 싶어졌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어떤 걸 들려줄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