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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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풋보다 아웃풋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쓰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 최소한의 사유조차 잘 정돈해 표현해내질 못하다보니 자꾸 쓰다 만다. 요즘엔 아예 쓰기도 전에 자체 판단하고 재단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 자신을 있는그대로 드러내긴 두렵고, 내 글을 부끄러워한 지도 꽤 되었다. 자의식 과잉과 자존감 부족이 초래한 총체적 난국인데 역사상 가장 많은 텍스트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면서 안 쓰면 어떻게 살아남을 건데? ... 이왕 쓰는 거 잘 쓰고 싶으니 계속 쓰는 수밖에 없다...

여기, 나처럼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필사책이 있다. 최은영, 박완서, 알랭드 보통,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등 그 이름도 찬란한 작가들의 명작품 100개의 일부를 네 파트(읽고 싶은 글을 쓰는 비결,  첫 문장을 쓰기 위한 준비, 꾸준히 잘 쓰기 위한 루틴, 몇 년이 지나도 좋은 글의 비밀)로 구성해 놓았다. 그냥 쓱~ 보기만 해도 좋다. 진심💛 읽은 책이라 초면일 수 없는데 쌩초면 같은 문장과의 재회도 묘하게 반갑다.

프롤로그에 글쓰기의 핵심부터 파악하고 싶다면 순서대로, 기초부터 탄탄히 하고 싶다면 파트2,1,3,4 순으로 보라는 저자의 조언이 있었다. 난 후자를 택해 2장부터 쓰는데 다양한 글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년필 쓰는 재미도! 비침은 좀 있으나 굳이 만년필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180도 펴지는 제본까지 필사하기 딱 좋고~ 표지 컬러감도 너무 산뜻해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알라딘 단독 사은품으로 '핸드메이드 문장부호 미니북'도 체크해보시길.

글쓰기고 뭐고... 어디 시원한 산 속에 들어가서 아~무 생각 없이 종일 필사나 하고 싶지만 할일이 태산인 관계로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feat.이동진 평론가)에 동의하고 지향하는 분들을 위한 어휘 두 개 공유하고 갑니다🙋‍♀️

📚 매우 좋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거릴 때는 '헝겁지겁'이라는 표현이, 하는 짓이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을 때는 '든적스럽다'는 표현이 적확하다-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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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 텍스트의 실수와 왜곡을 잡아내고 진실을 건지는 법
오항녕 지음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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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는 말은 틀렸다!

생각해보자.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역사인데 승패로만 나뉘는 세상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부에 대한 진실로 전체를 덮어버리는 지적 게으름이 숨어 있는 견해인 것이다. 또한 이 견해조차도 모든 역사가 승자의 역사는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관점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과 다른 역사도 많이 전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료를 연구할 때 문맥에서 동떨어진 정반대의 해석을 하거나, 설명을 비약하다가 실수나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는 첫걸음인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조차 오류가 적지 않다. 저자는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는 첫걸음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많은 오류가 발견된다며 역사 연구나 공부에 신중함을 요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습관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또는 편견이나 무지 때문에 빠지는 오류가 무엇인지 살피고 조심함으로써 건강한 역사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려는 책이다."-p.7, 서문 중에서

문해력 키우기와 한국사 공부로 여념이 없는 내겐 '역사 문해력 특강'이라는 맞춤형 키워드로 다가온 책인데 솔직히 쉽지만은 않지만... 제시된 텍스트에서 오류를 찾아보고, 올바른 해석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문해력을 점검하고, 역사적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

비록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매국 정부 때문에 제79주년 광복절을 나라가 완전히 쪼개진 채 맞이해 비통하지만.. 잠시나마 우리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지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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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역사의 쓸모 -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선택을 위한 20가지 지혜 역사의 쓸모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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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선택을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면 <다시, 역사의 쓸모>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독립운동가 박상진은 1910년 판사 시험에 합격해 평양 법원으로 발령까지 받았으나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하자 사표를 던졌다. 그의 꿈은 판사가 아니라, 법을 몰라 늘 당하고만 사는 평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쓸모>로 처음 마주한 이 통찰은 내게 강렬한 울림을 남겼고,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처럼 역사의 쓸모를 제대로 알게해준 전작이 있었기에 <다시, 역사의 쓸모>의 출간이 반가웠고 폭풍 밑줄을 그으며 깨달았다. 혹시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괜한 기우였음을.

차이가 있다면 전작은 한국사 위주였고 이번에는 세계사까지 영역을 확장했는데 난 이 점도 마음에 든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됨을 알려줌으로써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나 역사의 쓸모를 재차 일깨우는 장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도 한국인이 아닌 1912년,
우리나라로 의료 봉사를 자원했던 미국인 간호 선교사 서서평이다. 그녀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 3.1운동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여성 교육에 앞장서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기피하던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피며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애쓴 사람.

매일 최소한의 음식으로 허기만 채우며 봉사활동을 이어가다 끝내 영양실조로 숨진 그녀의 유품은 오직 담요 반 장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담요 한 장도 어려운 사람에게 절반 찢어주었고, 숨지기 직전엔 자신의 시신까지 병원에 기부했다고… 침대 머리맡에 “Not Success But Service(성공이 아닌 섬김으로)”라는 문구를 붙여두고 기도했다는 서서평은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났으나 그녀가 나눈 사랑만큼은 분명한 역사로 남아있다.

지극히 범인인 내게 서서평은 신화적 인물이고 감히 닮고 싶단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래도 다음은 명심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20대 대선 당시 내 선택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온 지난 2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고 윤석열 뽑았나보네라는 모욕적인 오해는 금물. 그건 아님. 아무튼 아님. 국짐당 당원들 정신차려요, 제발.

📚 세상은 위인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습니다. 하나하나의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듯,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시대정신이 결국 역사를 바꾸거든요.(중략) 나 그리고 우리의 행동이 곧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 존재가 작아 보이더라도 나 역시 역사의 구성원이자 주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p.30

📚 남이 한 번으로 능하거든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으로 능하거든 나는 천 번을 하라. 과연 이러한 도에 능하게 된다면, 비록 우둔하더라도 반드시 명석해지고 비록 유약하더라도 반드시 강해질 것이다.- 중국의 사서오경, <중용> 중에서

📚 가끔은 ‘남들도 다 이렇게 살아’라는 말이 마법의 문장처럼 느껴져요. 기본이나 정도를 지키려는 마음을 무력화하는 마법을 부리는 거죠. 하지만 남들이 사는 대로 사는 게 과연 나를 위한 선택일까요? 그건 자기 존엄성을 스스로 해치는 일 같아요. 결국 자기를 위한 선택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그저 올바른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p.119

📚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크고 원대한 목표에 사로잡혀 소박한 오늘의 행복을 외면하지 말 것, 나의 삶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그리고 하루를 정성스럽게 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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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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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가 각별히 애정한 데뷔작.
✅️한국 전쟁 중, 동료로 만났던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작품.

#스포주의
소설에 한해선 사전 정보를 최대한 차단하는 내겐 이 두 가지 정보가 전부였다. 그래서 박완서 작가의 분신처럼 여겨지는 주인공 경이가 제 아버지뻘이자 다섯 아이의 아버지이며, 아내와의 사이도 원만한 유부남이자 박수근 화백이 모티브라는 화가 옥희도 씨와 사랑에 빠지는 전개에 퍽 당황했다. 특히나, 아무것도 모르는 옥희도 씨의 아내를 향한 경이의 언행들은 무례함을 넘어 돼먹지 못했단 생각에 기가 차기도 했다. 경이의 이기적 면모를 보며 작가님의 글이 의외로 푸근하지 않고 차가우리만치 현실적이라던 선배의 말에도 수긍했다. 그런데...

🍂 나목 :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경이가 밉긴커녕 애처로웠다. 내겐 경이가 나목 같았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제안 때문에 두 오빠가 처참히 죽었다는 죄책감과 어머니의 원망, 무관심 속에서 ‘나목’이 되어버렸음에도…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생명을 불어 넣으려 발버둥치는 스무 살 짜리를 어찌 미워하랴. 아빠가 그리웠으리라.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했으리라. 전쟁이 남긴 상흔을 일순이라도 잊고 싶었으리라. 한 순간이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여자의 삶을 누리고 싶었으리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렇게라도 버틴 경이가 장했다.

어디까지가 박완서의 삶인지는 모른다. 만일 이것이 내 어머니의 글이라면 한 인간이자 여자로서의 그녀를 편린이나마 알 수 있음에 남다른 감정과 존경심이 샘솟을 것 같다. 그리곤 못 참고 묻겠지.

👩‍💻 '엄마, 그래서 박수근 화백이랑은 어디까지가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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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보니, 시간 - 바로 지금에 관한 이야기 33한 프로젝트
이권우 외 지음, 강양구 기획 / 생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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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보니, 시간>


책태기에도 권할 수 있는 과학책이랄까.

<살아 보니, 시간>은 세 친구(과학책방 갈다의 대표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정모, 도서 평론가 이권우)의 공동 환갑 기념으로 기획되었으며 물리학자 김상욱과 함께 ‘시간’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바로 지금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에 끌려 읽은 책인데 다음의 한 마디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살아 보니, 과거에 연연하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일이 없더라고요. 아픔과 상처, 아쉬움과 머뭇거림, 이 모든 걸 잊고서 지금, 오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p.125

물리학자와 함께 시간을 얘기한다니 어려울 줄 알았고 실제로 ‘여는 글’은 잘 안 읽혔지만 막상 본문 들어가니 술술 잘 읽힐 뿐 아니라 내용도 아주 흥미로웠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도 재발견도 좋았고, 분량도 150페이지 미만이니 부담없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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