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 자유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하다
변광배 지음 / 동녘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다.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들을 때, 저들은 스스로를 유물론자, 무신론자, 신자유주의 신봉자 등으로 규정하는데 난 어떤 사람이지? 싶더라.

철학은 탁상노름이나 할 줄 알고, 지적 허영심 충만한 사람들이나 관심 갖는 거라 생각했던 내가 철학책에 기웃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통속소설만 보던 내가 철학에 입문하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사르트르에 꽂힌 건 민음 북클럽 선택도서 고를 때. 내가 끌린 문장들이 모두 그의 저서 <말>에 나온 것이었다. 검색해보니 그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자. 내가 혹시..? 싶어 사전적 정의 포함 관련 내용을 좀 살펴봤지만 넘 어렵..그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그를 다시 만난 건 남의 스케줄에 끌려 다니는 삶에 불만이 커지고, 내 삶이 내 생각대로 운용되지 않음에 고민이 많은 시점이었다. 그것도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나타났으니 안 읽어볼 수 있나.

먼저 사르트르는 주체적 삶을 예찬하고 권장하는 자유의 철학자다. 이 책은 사르트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변광배 님의 저서로 인간이 주체적 삶을 영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이에 대해 사르트르가 제시한 극복책은 무엇인지, 사르트르의 사유에서 인간의 주체적 삶을 결정하는 조건들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흔히 잘 쓴 책은 서문만 읽어도 알 수 있다는데 이 책이 그렇다. 일단 5페이지 분량의 서문만 읽으면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구조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주체적 삶의 정의부터 분명히 짚고 출발한다. 무엇보다 되게 어려울 것 같단 예상과 달리 잘 읽힌다. 사르트르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그의 삶의 주요 사건 4개를 살펴보는 1부까지는.🤣🤣

솔직히 철학 용어가 대거 등장하는 2부 중반부터는 쉽지 않고 재독이 필요한 상황인데 내가 잘 몰라 그런 것이지 이 책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설명 진짜 잘 한다 싶었던 부분을 덧붙여 둘 테니 책 선택에 참고하시길.

📚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르트르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종이칼'을 예로 든다. 종이칼을 만드는 사람은 이것을 만들기 전에 이미 그 본질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종이칼은 칼의 한 종류이니 종이를 잘 자를 수 있게끔 구상되고 만들어져야 할 테다. 안전한 손잡이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종이칼의 경우에는 그 본질이 종이칼 그 자체보다 앞서 존재한다.
사르트르는 이런 추론을 인간에게도 적용한다. 정반대로 말이다. 만일 신이 존재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이때 신은 이 인간에 대한 본질을 미리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자신의 사유의 출발점에서 신의 부재를 가정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그 어떤 본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인간은 살아가면서, 곧 '실존하면서' 자신의 본질을 갖게 된다. 이것이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는 주장에 담긴 의미이다.-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