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벌써 9주기. 참사 당시,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게 꿈이던 단원고 2학년 유가영 님은 스물여섯 청년이 되었다. 가영에게 9년은 짧은 외출도 가족과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단 두려움과 불안함에 떨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사서라는 꿈은 사라졌다. 대신 본인처럼 힘든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2018년에는 세월호 생존학생 친구들과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들어 트라우마에 취약한 아동과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들을 찾아 행동하고 있다.

가영의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울컥했다. 세상은 시련을 겪은 누군가가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내야, 그제야 그 사람을 바라봐 주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생존자와 가족들이 견뎌 낸 고통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단다. 지금의 가영은 다르다.

📚"그저 지금의 아이들이 알았으면 했어요. 불과 얼마 전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때 그 일을 겪은 아이가 어땠는지, 그리고 이제 어른이 되어 어떻게 사는지. 또 혹시라도, 그때의 저와 같은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p.7

✨️ 그래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자 한 자 써내려간 책.
그런데 왜 하필 '바람'이 되어 살아내겠다고 했을까?

📚"만약 그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면 그날의 일은 제 안의 어두운 바닷속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소용돌이로 남았을 거예요. 하지만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힘들어하는 자신과 투쟁을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건 소용돌이가 아니라 태풍을 만드는 바람이 될 거라 믿습니다. 태풍 후에 바다는 물이 한 번 뒤집혀 깨끗해진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게 있었던 일을 소용돌이가 아닌 태풍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p.150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는 말을 하기 미안할 정도로 가영은 내내 아팠다. 아니, 여전히 아프다. 그런 가영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세상에는 그 상흔을 어루만져주긴커녕 헤집어 놓는 인간들이 있다.

불가피하게 택시를 탄 가영에게 '아, 그럼 니가 그 세월호 탄 애니?' '단원고? 몇학년인데?'라고 질문하던 택시기사님들은 양반일 정도로 어리석은 종자들.

하지만 요금을 내려는 가영에게 그냥 가라며 '단원고 학생이지? 내가 택시기사라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렇게 태워 주는 것밖에 없어서 그래. 힘내고 학교 잘 다녀라."라고 말씀하시곤 바로 떠나셨던 그분처럼…

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월호에 탄 모든 사람과 그 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그러니까 계속 딛고 일어나자고, 우리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다시 일어서줘서 고마운, 태풍을 만드는 바람이 될 가영을 응원하며🙏

📚왜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런 일들을 계속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