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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하이마트(Heimat)로 맨 처음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 장소, 한 세대의 감수성과 정체성이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장소를 말한다. 정신적 뿌리가 되는 곳이랄까.
저자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당사국인 독일 태생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고 물려받은 죄(독일인들이 '원죄'를 칭하는 말), 다른 세대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는 한편, 자신들이 받은 교육의 빈 곳에 의문을 품었다.
이를 테면 수만 명의 독일인들이 나치 정권에 맞서다 죽었단 사실이나 국가의 가사조차 배우지 않는 것. 그리고 누구나 나치가 될 수 있었던 시절에 대한 가족의 함구까지…
📚"독일인은 독일에서 한 발짝 떨어지자마자 단박에 자신의 근원이자 뿌리이자 고향인 ‘하이마트’에 대해 혼란스러운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국적이 독일이라는 대답에 바로 ‘하일 히틀러’라는 무신경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 혹여나 대화 상대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가 아닐까 싶어 영어 발음에서 독일 억양을 지우려는 일상적인 노력들. 그들은 괴테나 실러를 낳은 아름다운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조차 갖지 못한다. 독일인들은 11학년 때 이미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을 분석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하고, ‘영웅’ ‘승리’ ‘긍지’라는 단어 사용은 삼가고 최상급은 피해야 하며, 오래된 민요들도 배우지 못한다"
자신의 하이마트를 찾고싶었던 저자는 결국 가족들이 말하지 않거나 그들조차 모르는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기억과는 다른 가족사, 나치당에 입당했던 할아버지의 행적을 마주하다 보니 무거운 내용임에도 마냥 무겁지 만은 않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뉴욕파슨스 디자인스 부교수인 저자가 다양한 역사 자료와 일러스트, 콜라주, 만화 등을 활용하여 미적으로도 빼어난 스크랩북 형식의 그래픽 노블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용면에선 높은 평가를 줄 만큼 깊이 공감하진 못했는데 만듦새만큼은 탐날 만한 듯.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독일군 자녀가 늘 고민했던 문제가 "아빠와는 절대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가 없다"였다는 것…
희생자였던 유태인의 자녀도 그랬겠지. 세상에 가족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가 없거늘,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족을 떼어놓을 뿐인 전쟁을 대체 왜 하는가. 수많은 관계와 목숨을 희생시켜도 되는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를 봐도 현재를 봐도 인간 참 필요악인 듯.
죄 지은 놈들은 뉘우치질 않는데 그들의 후손이란 이유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단하다기보단 안쓰럽다. 반복하지 않으면 됩니다. 죄책감에서 해방되기를...
#도서협찬 #나는독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