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피디아'란 어플을 7년째 쓰고 있다. 평가한 1,425개 콘텐츠 중 별점 5개를 준 국내 드라마는 딱 열다섯 편이다. 그 중에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 >이 있다. 아니, 있었다. 작품집 수령 후 틈틈이 드라마를 다시보기한 난 별 반 개를 뺐다. K-드라마 특유의 불필요한 러브라인이나 신파는 없고바둑판 위에 인생이 있었구나 싶은 주옥같은 대사들은 여전하다.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동안 또 같이 울고 웃었다.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오상식'도 그때 그모습 그대로였다.그런데 왜 별점을 깎았냐고? 바로 그 오상식이 문제다. 이 드라마가 많은 사회인의 인생드라마가 된 이유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온갖 인간군상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사내 정치력은 제로에 가깝고 정도(正道)를 고집하는 오상식 같은 사람은 능력이 암만 출중해도 작중에서 그려진대로 만년 과장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쫓겨나는 게 현실이다. 8년 전의 나는 그 현실적 스토리와 결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오상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상사를 만날 날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오상식은 완전 유니콘이다. 내게도 선배보다는 좋은 언니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지만…. 언니도 오상식처럼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면서까지 우리 먼저 생각해주진 않았다. 그래도 사회에서 만난 관계라 그런지 그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사회에 찌든 내가 별 반 개를 뺀 거다. 그 똑똑한 안영이가 상사에게 잘 보이려 '저도 애교를 배워보려고 합니다." 라고 하는 것도 너무 충격이었고. 직장에서 애교를 대체 왜 부려야 하는지. 미생은 좋은 드라마지만, 이 장면을 떠올리니 다시 부글부글해서 이만 써야겠다. #도서제공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