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알진 못해도 좋아하는 시 몇 편쯤은 있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와 박노해 시인의 '나무가 그랬다' 같은…전자는 워낙 유명해 자주 눈에 띄는데 볼 때마다 감탄하는 시고, 후자는 내가 힘들 때 마다 꺼내 읽는 시다. 최근에는 레이먼드 카버의 <2020년에> 라는 시가 그렇게 울컥하더라…소설이나 희곡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으로 엄청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키는 시.비교적 어려운 문학이지만 개인의 삶에 한번 와닿은 시는 쉽사리 잊히지 않고, 꽤 오랫동안 흔적을 남긴다. 난 그 흔적들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필사책 출간이 반가웠다.민음사에서 출간한 <밤을 채우는 감각들>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네 명의 작품을 선별해 엮은 세계시인선 필사책인데 민음 북클럽 에디션으로 처음 접한 디킨슨은 여전히 난해하고, 프루스트는 다양한 어휘로 이뤄낸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의외였던 건 가장 낯선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가 꽤 좋았다는 것. 젊음과 반항의 상징인 영국 낭만파 시인이란 것도 맘에 들어 🤭🤭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 소장해야지!만듦새를 살펴보면 선호하는 양장인 데다 감각적인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샤워하고 나와서 잔잔한 음악 틀어놓고, 인센스 피우고, 루이보스 차 마시면서 시 한두편 필사하면 오감충족을 느낀달까. 스트레스 받은 하루일수록 그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왜 진작 안 했을까!!! (맥주를 끊은 덕분인지도🤔)이제 10개월… 거의 매일 읽고 쓰는 게 좋기도 했지만 여가시간마저 전투적으로 보낼 땐 못마땅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는 여유롭게 필사도 하고 간단한 일기도 남기면서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는데 이 필사책이 고맙게도 그 실천을 돕고 있다. (feat. 난다 다이어리)다 쓰면 민음사 패데 때 소장한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필사해야지~~ 당분간 필사는 계속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