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워낙 예뻐 함박웃음을 지으며 펼쳤다가 조금 당황했다. 무심결에 저자 소개를 읽지 않았던 탓에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작가님께서 사고를 당할 당시 나이의 언저리에서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혼자녀인 난 내게 주어지는 매일이 감사하다면서도 행복하진 않다고 종종 말하곤 한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의 윌리엄처럼 내게 사랑 없는 인생은 별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도 견디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덕분에 가끔 웃을 수도 있고, 언젠가는 내게도 다시 사랑이 찾아올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인데 그 희망이 매일 조금씩 작아진다. 내가 바라던 삶이 계속해서 멀어지니 누군가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기보단 그냥 사는 거지'란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근데 그게 얼마나 한심한 건지, 내가 바라는 삶을 영위하려면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이 내게 왔나보다. 사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떳떳하지 못했는데 중간쯤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얼굴이 달아올랐던 작가님의 일화가 등장했다. 두 다리를 잘라냈지만 결국은 의족의 도움을 받아 다시 걷게 될 아저씨를 평생 걷지 못할 가능성이 큰 작가님이 부러워하셨던 거다.내 불행과 타인의 불행을 비교하는 어리석고 무례한 마음... 부끄럽고 죄송하게도 내가 딱 그랬다...주어지는 매일이 감사하다는 건 말 뿐이었던 것 같은 내 자신도 그제서야 보였다.작가님의 어머님은 '그럴 수도 있다, 다 그렇게 조금씩 나약하고 이기적인 게 사람이다'라고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의 초점은 불행 비교에 있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게 부러운 걸 뭐 어쩌겠나. 부러운 건 그냥 좀 부러워해도 될 것 같다. 우린 완벽한 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몰려오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어떻게든 소설을 이어나가려 한 작가님께 하나 배웠다. 나 역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녀가 생존을 위해 소설을 썼다면 나 역시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 누군가 날 알아봐주길 기다릴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 말이다.용기낼 거다.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실 지 모르겠지만 만일이란 게 있으니까.. <이만큼이나 낭만적이고 멋진 사람> 이란 산문집에서 발견하고 내가 한참 안겨있던 글을 남겨둔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깜깜한 밤에 집 앞 공원에 나가서적당히 높은 나무를 찾아 그 밑에 서봐그리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서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는 거야나뭇가지는 무슨 색이야? 검은색이야그럼 하늘은 무슨 색인데? 검은색이지검은색과 검은색이 구분되는 그림어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건지도 몰라흰색도 원색도 예쁜 무엇도 없이 단지더 검은 것과 덜 검은 것들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밤만큼 연못만큼 지구 반쪽만큼 슬픈 일하지만 아침 같은 것을 기다려보기도 하는 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작가님, 귀한 작품 너무 잘 읽었습니다. 평생 소장할 거고 <컴백홈> <그래도, 아직은 봄밤>도 읽어보려고요. 히힛💕우리 포기하지 말고 같이 아침을 기다려 봐요. 태양은 반드시 다시 뜹니다!!!!아주 작은 짐을 지고 포기 운운해서 마음 상하지 않으시길...작가님과 어머님이 건강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