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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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워낙 예뻐 함박웃음을 지으며 펼쳤다가 조금 당황했다. 무심결에 저자 소개를 읽지 않았던 탓에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작가님께서 사고를 당할 당시 나이의 언저리에서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혼자녀인 난 내게 주어지는 매일이 감사하다면서도 행복하진 않다고 종종 말하곤 한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의 윌리엄처럼 내게 사랑 없는 인생은 별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도 견디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덕분에 가끔 웃을 수도 있고, 언젠가는 내게도 다시 사랑이 찾아올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인데 그 희망이 매일 조금씩 작아진다.

내가 바라던 삶이 계속해서 멀어지니 누군가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기보단 그냥 사는 거지'란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근데 그게 얼마나 한심한 건지, 내가 바라는 삶을 영위하려면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려고 이 책이 내게 왔나보다.

사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떳떳하지 못했는데 중간쯤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얼굴이 달아올랐던 작가님의 일화가 등장했다. 두 다리를 잘라냈지만 결국은 의족의 도움을 받아 다시 걷게 될 아저씨를 평생 걷지 못할 가능성이 큰 작가님이 부러워하셨던 거다.

내 불행과 타인의 불행을 비교하는 어리석고 무례한 마음... 부끄럽고 죄송하게도 내가 딱 그랬다...
주어지는 매일이 감사하다는 건 말 뿐이었던 것 같은 내 자신도 그제서야 보였다.

작가님의 어머님은 '그럴 수도 있다, 다 그렇게 조금씩 나약하고 이기적인 게 사람이다'라고 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의 초점은 불행 비교에 있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게 부러운 걸 뭐 어쩌겠나. 부러운 건 그냥 좀 부러워해도 될 것 같다. 우린 완벽한 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몰려오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어떻게든 소설을 이어나가려 한 작가님께 하나 배웠다.
나 역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녀가 생존을 위해 소설을 썼다면 나 역시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 누군가 날 알아봐주길 기다릴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 말이다.

용기낼 거다.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실 지 모르겠지만 만일이란 게 있으니까.. <이만큼이나 낭만적이고 멋진 사람> 이란 산문집에서 발견하고 내가 한참 안겨있던 글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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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에 집 앞 공원에 나가서
적당히 높은 나무를 찾아 그 밑에 서봐
그리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서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는 거야

나뭇가지는 무슨 색이야? 검은색이야
그럼 하늘은 무슨 색인데? 검은색이지

검은색과 검은색이 구분되는 그림
어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건지도 몰라
흰색도 원색도 예쁜 무엇도 없이 단지
더 검은 것과 덜 검은 것들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

밤만큼 연못만큼 지구 반쪽만큼 슬픈 일
하지만 아침 같은 것을 기다려보기도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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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귀한 작품 너무 잘 읽었습니다.
평생 소장할 거고 <컴백홈> <그래도, 아직은 봄밤>도 읽어보려고요. 히힛💕
우리 포기하지 말고 같이 아침을 기다려 봐요.
태양은 반드시 다시 뜹니다!!!!

아주 작은 짐을 지고 포기 운운해서 마음 상하지 않으시길...작가님과 어머님이 건강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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