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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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 기획한 현역 작가 23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각 에세이의 형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주제는 공통이다.
현역 작가 23인의 작가정신!
솔직히 힘들고, 마땅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이 통 써지질 않아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는 이유...소설이 그들에게 남기는 '마진'에 대해 말한다.

사실 현역 작가라고 하면 하루종일 책보고 글만 쓰실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생각보다 직장생활과 육아, 창작활동을 병행하는 근면성실한 글쟁이들이 많아 놀라웠다.

추리소설을 제외하고는 소설(특히, 국내소설)을 많이 본 편이 아니라서 23인 대부분이 낯설었는데 나와 잘 맞는 작가님을 만나면 좋을 것 같아 유독 잘 읽히거나 표현이 좋았던 글을 체크해뒀다.

✏️박민정 작가님의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정소현 작가님의 <쉽게 배운 글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구성이 특히 좋아서 이분들 소설은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은 글도 두 편 있었다.

✏️하성란 작가님의 <2014년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
✏️한정현 작가님의 <불면증 환자의 침묵과 이름이 명명된 자동차의 세계>

최정나 작가님의 <농담>도 흡입력은 굉장했는데 마무리가 쪼끔 아쉽더라. 아래 문장을 읽고는 서평에 대해 생각해봤다.

📚"소설을 쓰는 행위가 계속해서 소진되는 과정이어야만 하는 걸까? 소설을 쓰는 행위가 나 자신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는 없는 걸까?" -p.75

서평책을 거의 매일 읽은 지 5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솔직히 내 시간과 여유, 자유를 갉아먹는 행위처럼 느껴질 때도 간혹 있다. 그래서 줄이고 있지만 아예 그만두진 않을 생각이다 (일단 내년까진). 서평기한이 나의 독서 행위를 추동하는 막강한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직 12월 초인데 올해 정독한 책만 109권. 난생처음이다. 조금이나마 읽긴 해도 아무것도 쓰지 않았던 나한테는 이 강제성이 꽤나 유용한 셈이다.

고로 작가님들은 매일 소설을 쓰시고, 나는 서평을 쓰는 걸로. 마진은 분명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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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만이 내 문장이 된다.-p.27

📚자신과 다른 형식의 창작을 한다고 누군가를 차별한다면, 그건 차별하는 쪽이 차별의 행위에서 모종의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세상은 변했다. "가치론적으로 말해서, 이제 문화적 관계는 더 이상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이다. 어떤 문화도 자신이 우월하거나 '진보적'임을 주장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복종, 겸손, 또는 굴복하기를 요구할 수도 없고, 그럴 만한 지위를 차지할 수도 없다.-p.67 (지그문트 바우만 <유행의 시대> 59페이지 인용)

📚소설을 쓴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삶으로 채워 넣는 일이고, 삶을 감각하는 일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풍경과 느낌을 아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라고, 나도 알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독자를 안아주는 일이다.-p.122

📚작가란 자기가 선택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다. (중략)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난 폴 오스터가 훗날 무모했던 젊은 날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글 쓰는 직업을 미래의 꿈으로 삼지 않더라도, 자기 안에 있는 생래적인 에너지(氣)나 기질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고, 그것을 주체할 수가 없어 끊임없이 써야만 한다면, 그래서 그 지속적이고도 응집된 결과물이 한 편의 글로 세상에 던져지게 된다면, 그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또 다른 글을 계속 읽어보고 싶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p.241

📚사랑으로 치자면 소설은 내게 첫사랑이 아니다. 어느 순간 자각한 은밀한 가슴 뜀, 열병, 헛것에 대한 짝사랑이다. 이십때 중반부터 삼십 년 넘게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여전히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이고, 끝나지 않은 사랑이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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