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일기
김지승 지음 / 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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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정보 없이 입장한 전시회에서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을 발견하고 작품명 확인했다가 물음표만 잔뜩 안아본 적 있으신지? 이 책이 그랬다. 예뻐서 들여다 봤는데 제목이 참 뜻밖이다. 대체 왜 #짐승일기 일까?

먼저 이 책은 김지승 작가가 주간 문학동네에 5개월간 연재했던 글을 요일별로 묶어낸 특이한 구조의 단행본이다. 왜 그런 구조를 택했는지는 책에 나와요...🤭

내용은 여성, 글쓰기, 엄마, 나이듦 그리고 저자의 '관병'에 대한 것인데 관병이 뭐냐면...

📚"투병도 와병도 아픈 몸의 시간을 같이 살지 못하는 표현이었다. 지난 몇 개월 고통을 언어화하는 시도 가운데 적절한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소회감만 커졌다. 그러다 우연히 옛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중략) 그 편지에서 '볼 관'자가 오롯이 떠올랐다.

불교에서 '관觀' 은 지혜로 경계를 비추어 본다는 의미이다. 관심은 마음을 그리 보며 바르게 살핀다는 의미가 되겠지. 앞으로 세상을 잘 관觀하여 길 잃지 말고, 인연이 닿거든 또 보자.

아, 그렇다면 관병觀病일 수 있겠다 했다. 부족한 지혜로 병의 경계를 바르게 살펴보는 게 맞지 옳지 지금 그러고 있지. 헤아리고 살피며 관계하는 대상이니 관병이기도 하지.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만 빼고 나는 스님의 편지를 다시 읽고 웃고 읽고 웃었다. "-p.224~225

💚자신만의 사전이 있는 사람을 진짜 작가라고 생각하는지라 (단, 억지스러우면 안 됨) 이 대목이 참 좋았다. 솔직히 처음엔 몇 장 읽다 덮기를 반복했다. 굳이 어렵게 쓴 글 같아 마뜩잖았는데 지금은 완독하게 한 책임감에 감사하고 있다. 기록해 둔 문장이 정말 많거든. 그리고 책 말미에 ' 굳이 어렵게 쓸 필요가 있나요?' 란 질문에 저자가 답한 부분이 나오더라.

📚"어렵고 쉽고의 기준은 차치하고, 어렵다는 게 대충 무슨 말인지도 안다 치고 말하자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삶이 있다. 말끔하게 정제된 이야기는 어떤 주요한 규칙으로 세상에 있는 무언가를 삭제하고 편집한 결과다"-p.271~272

💜그러고보니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이랬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빼곡한 나무들을 하나하나 보려하지 말고 숲 전체를 보길. 그 숲은 꽤 멋질 것이다.

💙참,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 플랫폼 독파의 독파메이트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짐승일기의 표지 작품은 김찬송 화가님의 <건네지 못한 말>입니다. 그림과 텍스트의 어울림을 느껴보아요."라고.

💛어떤 의도일까? 이 표지와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 분, 짐작이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help me~! 아래에는 조합 중인 단서와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허용되는 글자수만큼만 남겨두겠다.

📚"나는 가끔 궁금하다. 타인의 삶이. 거의 동시에 전혀 궁금하지 않다. 타인의 삶 같은 건."-p.27

📚"타인이 내게 궁금해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내게 궁금해하고 대답하며 산다. 그 문답이 쌓여서 나의 감각과 태도가 될 것이다. 내가 나의 타인이다."-p.58

📚"보통 어둠이 품고 있는 짐승들은 나를 해치지 않았지만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달랐다. 그들은 내 상태를 쉽게 눈치챘다. 인간을 위장하는 짐승. "-p.98

📚"내 사랑은 내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만 부활하고 있다."-p164

📚"사람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까지 할까요? (중략) 그렇게까지 하지 말자. 주디스 버틀러가 그랬다. '나는 누구인가' 말고 '함께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p.199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를 다시 읽다가 공포감에 휩싸여 운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잠재된 공포라는 걸 한참 후에 안다. 달리 말하면 고아가 되는 공포, 모든 부모는 죽고 우리는 결국 고아가 된다."-p.233

📚"마음이 소용의 전부였던 시간이 마음도 소용없는 시간으로, 그렇게 이별이다." -p.256

#도서지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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