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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쁜 책 추천 리스트를 만든다면 빠지지 않을 것 같은, 보뱅이 누군지 몰라도 괜히 덕질하고 싶어지는 이 깔끔함과 상콤함을 어쩔💕
보뱅은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에서 큰 사랑을 받고있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다.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작가란 점은 놀랍지 않았는데 생존작가라서 좀 놀랐다.
이 출판사에서 아니 에르노 책도 나오던데 생존작가 책만 출판하나 싶어 검색해보니 그건 또 아니었음😅
#가벼운마음 은 조금 특별한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의 사랑과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뤼시인데 빛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그러니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이리저리 쏘다니는 내 대모인 빛을 따라 쉬지 않고 움직일 수밖에.”-p.31
역시 이름은 잘 지어야 한다. 뤼시는 이름의 유래를 핑계로(?) 정말 지칠 줄 모르고 쏘다녔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릴 때는 종종 가출을, 결혼 후에는 남편 몰래 불륜 여행을 감행했다. 심지어 남편의 지척에서 정부와 (그것도 남편이 아는 남자랑!) 정사를 벌이기도 하다 보니 ‘보뱅이 나랑 좀 안 맞네’ 싶었는데 반전이 있었으니... 좋다고 필사한 구절이 너무 많다🤣🤣
그렇다. 보뱅은 시인이었다. <가벼운 마음>은 소설이지만 내게는 시집이나 에세이처럼 기능한 것 같은데 다들 보뱅 보뱅한 이유가 있었다!!
📚“우울증은 월식 같은 거야. 달이 마음 앞에 슬며시 끼어드는 거야. 그러면 마음은 자신의 빛을 더는 내지 못해. 낮이 밤이 되는 거란다.”
-p.20
“나는 언제나 내가 해야 할 일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그저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보는 일뿐.” -p.29
“나는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까지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다. 별들은 내가 바라볼수록 마치 연애의 법칙을 따르듯 더욱더 빛을 발한다.”-p.36
“하지만 사랑은 다른 어디에도 아닌 사소한 것들에 깃들어 있거든.”-p.86
“우리 모두 똑같은 적을 가지고 있고요. 적들이 너무 강하다면, 그건 우리가 그들을 애써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연스럽고 보편적이고 뿌리 깊은 무관심과 자연스럽고 보편적이고 뿌리 깊은 게으름이란 적을 말이죠.
-p.173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 p.181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뚱보 바흐 이야기’
📚“나는 혼자가 아니다. 뚱보가 나와 함께 있다. 그는 내게 말하고, 나는 듣는다. 매우 작은 방이지만 뚱보는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플레이어 속에 있다. 뚱보는 바흐다. 요한 제바스티안. 나는 내게 무언가를 주는 것들에 언제나 이름을 다시 붙였다. 뚱보는 내 인생 전반에 걸쳐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p.33
아니, 인생 전반에 많은 것을 준 존재에게 뚱보는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
📚 “뚱보의 음악을 들으며 깨달은 게 있다. 행복은 분리된 음이 아니라, 두 음이 서로 퉁겨 튀어 오를 때 생기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불행은 당신과 상대방의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탈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겪는 가장 심각한 분열은 다른 어디도 아닌 리듬에서 나온다.” -p.43
이 대목부터 나도 공간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으로 채워봤는데 난 역시 ‘전주곡 2번 다단조’랑 ‘푸가 2번 다단조’가 가장 좋다.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좋은 건 기억해두는 편)
마지막으로 ‘가벼움에 대하여’
📚“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중략)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p.68~69
“내게는 떠나는 일이 정말 쉽다. (중략) 무정? 아니,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가벼움, 그게 더 낫다. 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직 완전히 그렇지는 않지만 그 마음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내 마음은 티타티티타티다.”
-p.14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사비나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와 뤼시의 가벼움을 조금 동경하는 듯한 나의 무거움을 어쩌면 좋지😅
p.s <엘뤼아르 시 선집>도 저장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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