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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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을유문화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문고 시리즈 ‘암실문고’는 우리가 아는 상식이나 정의, 단어의 뜻 바깥에 있는 마음들을 주로 탐구한다.

요즘 주목받는 주제가 버지니아 울프처럼 유명한 작가의 삶이나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내용이라면 암실문고는 약간 외면받고 있는 작가나 주제를 조명할 것이라 이해하고 있다.

<코펜하겐 삼부작>은 국내 독자에겐 생소한 덴마크 작가 토베 디틀레우센이 자신의 유년기부터 서른 남짓까지의 삶을 회고한 작품이다.

사실 1권 <어린 시절>을 읽던 초반에 책을 한번 덮었었다. 지친 내 심신은 토베의 가난한 집안 사정, 어린 딸이 사랑을 갈구하게 만드는 엄마, 여자는 아무리 똑똑해도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시대 배경 등을 거부했다.

그러다 저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단 사실을 알게 됐고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불우하고 열악했던 유년기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에 다시 한 번 그녀의 과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책은 나를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슬픔으로 가득 채운다. 나는 어떻게 언어가-그 섬세하고 예민한 도구가- 그토록 끔찍한 학대를 당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런 괴상한 문장들이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에 쓰일 수 있는지 (중략) 이해할 수가 없다.” -p.88

나라면 ‘와...이 책 진짜 별로다’ 정도로 끝날 텐데... 확실히 섬세하고 표현력도 남달랐던 토베는 공상을 자주 했다. 하지만 그때조차 충분히 행복하진 않았다.

📚 “내 어린 삶은 점점 얇아지고 납작해지면서 종이처럼 변했다. 그것은 피로에 절었고, 닳아갔고, 상황이 안 좋을 때면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견뎌 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p.108

어린 토베에겐 시가 전부였는데 시집은 집에 가져오지도 못하게 하던 아빠 덕분에 그마저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시는 현실과 아무 관련이 없단 이유였다. 하지만 토베에겐 현실이야말로 아무 의미가 없었다.

📚 “나는 오직 내게 간접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에만 마음이 움직이는 모양이다. 집에서 쫓겨난 불운한 가족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눈물을 흘릴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그것과 똑같은 흔한 광경을 볼 때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지금도 시와 서정적인 산문에는 감동하지만, 그 글 속에 묘사된 사물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냉정한 마음이 된다. 현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내게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p.160

📚 “내 꿈은 한결같았다. 내 시들을 보여 주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한 사람, 그 단 한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죽음에 관해 점점 더 많이 생각하면서 죽음을 친구로 여기게 되었고, 죽고 싶다고 자신에게 되뇌었고, 한번은 어머니가 시내에 나가 있을 때 빵칼을 꺼내서는 동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손목을 긋기도 했다. (중략) 아직도 그 자리에는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불확실하고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내 유일한 위안은 이런 시를 쓰는 것이었다. -p.110

현실은 고작 열 살 무렵의 토베에게 지나치게 가혹했다. 그 당시 토베의 시를 칭찬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녀의 마지막이 달랐을까. <코펜하겐 삼부작>도 출간 50년 후에야 세계 문학계로부터 인정받았단 사실이 다시 가슴을 옥죄어 온다.

2권 <청춘>과 3권 <의존>은 격변과 어두움이 절정이라던데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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