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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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걸 알지만 생각만 실컷 하고말 때가 많다. 그래도 자극이 있으면 단 며칠이라도, 뭐라도 시도해 보기도 하니 종종 동기부여용 책을 찾아 읽곤 한다. 그렇게 만난 <뭐든 해 봐요> 동기부여와 함께 恕(용서할 서)라는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저자인 김동현 판사는�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로스쿨 재학 당시, 남들도 많이 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는데 주사액이 혈관으로 들어가 역류하면서 눈으로 가는 동맥을 막았고,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시신경이 괴사한 것이다. 명백한 의료사고였고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 출연 영상을 보면 사고였단 사실은 언급되는데 구체적인 사고 경위나 그 비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밝힌 바가 없다. 아무래도 당시를 회상하는 건 심적으로 너무 힘든 일일 테니 섭외를 수락하면서 양해(?)를 구하셨나 보다 지레짐작했었는데 책을 보고 나니 사고를 낸 의사에 대한 배려였구나 싶다.

" 恕(용서할 서)는 如 (같을 여)에 心(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다. 마음은 다 같으므로 내 마음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49p

"사고가 난 그날 밤 나는 절망과 분노와 한숨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다 문득 병실 구석에 웅크린 채 잠든 의사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저 의사도 자기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닐 텐데 새벽까지 혼자 동분서주하며 사고를 수습하려고 애쓰던 모습이 생각나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밉고 화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도리는 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 이후로도 그는 내가 전원할 병원을 알아보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며칠 집에도 못 들어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자기 과실로 큰 사고가 생겼다. 피해자는 양안 실명 상태. 회복 가능성 없음.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피해자 가족들은 어떻게 나올까?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도 많이 두렵고 힘들었을 것이다. 자기 선에서 해야할 것은 다 하고 있었고,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화를 내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중략) 명백한 의료사고인 만큼 피해자가 완전히 우위에 있었다.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에 대한 주도권이 순전히 나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벌어진 일, 화를 좀 참고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자 내가 원하는 것도 얻고 내 마음도 편해질 수 있었다." - 50~52p

믿기 어려웠다. 자신의 시력을 앗아간 의사를 용서하고 끝까지 배려한다는 것이... 본인은 착해빠진 순둥이도 아니고 대단한 성인군자도 아니라는데 이런 종류의 용서는 성인(聖人)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옳은 방향을 알아도 그쪽으로 내딛진 못하고 후회할 때가 많은데…갈림길에 놓일 때마다 김동현 님의 용서를 떠올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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