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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 내 방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미술 여행 ㅣ Collect 13
김덕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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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

김덕선,김선희,유재선,이영은|동양북스

 

 

생애 첫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때, ‘여기는 무조건 가야 한다!’라고 했던 곳은 미술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오케스트라 연주회며, 미술관, 박물관 등에 자주 가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예술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한 나에게 좋아하는 작품을 직접 보러 간다는 것은 오랫동안 꿈꾸던 일 중 하나였다.

이와 더불어 관람과 함께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어!’라고 외쳤던 것은 가이드와 도슨트의 해설이었다.

잘 알고 있는 작품 이외에 그동안 몰랐던 작품도 알아가고

알고 있지만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설레던 꿈은 전 세계적인 감염병으로 인해 막히게 되었고

이루기 직전 좌절됐다는 실망감과 그로 인해 생겼던 갈증을

책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평에 참여하게 되었다.

국가 공인 가이드분들의 입으로 직접 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그림 앞에서 듣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의 나래와 함께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DAY 별로 나누어져 있었지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글의 흐름과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설명해 주실까 하는 궁금증에 한번 책을 펼치면 손에서 놓기가 싫을 정도였다.

이동 중에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 최근에는 이북을 더 선호하지만

틈틈이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에 출퇴근할 때나 외출 시에 가장 먼저 챙겼다.

평소 관심 있던 작품들이나 새로운 흥미가 생긴 작품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참에

아직 모든 내용을 다 보진 못했지만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알아갈 작품들의 이야기가 줄어든다는 아쉬움에 아껴보기도 한다.

비록 지금 당장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평범한 일상도 조심스러운 이 상황 속에서 글과 사진으로나마 작품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작지만 큰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신 가이드분 들게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되찾는 그 어느 날, 내 눈앞에 펼쳐진 작품을 보며 책의 내용을 눈이 아닌 귀로 듣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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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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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여름 >

지은이 류현재│마음서재

 

모든 여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유난히 무화과 익어가는 향기 진동하고,

은빛 병어가 그물에 다닥다닥 꽂힌 채 입을 벙긋거리고,

백중사리 때맞춰 늦태풍이 올라온다 소식 들리면

바다와 땅, 바람과 달이 공모해

이곳 사람을 흥분시켜 사람 하나를 잡고야 만다.

마을 사람이 죽지 않으면 파도가 죽은 이를 실어다 놓는다.

 

지금까지 그런 여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여름에 내 아버지가 죽었고,

두 번째 여름에 그 남자의 아버지가 죽었고,

세 번째 여름에는 내 남편이 죽었고,

네 번째 여름에는 내가 죽을 것이다.

그 전에 그들의 무덤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 프롤로그 」


 

 

‘황금엉덩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성범죄자들에게 중형을 때리기로 소문난 인물, ‘일개 검사’ 정해심.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연락 한통을 받는다.

치매인 자신의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를 성폭행 했다는 것.

내 아버지가 그럴리 없다고 굳게 믿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은 그녀의 믿음을 저버린다.

일면식이 없다던 할머니와 아버지와의 연결지어주는 그 실마리를 따라가면서

짙은 안개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숨겨져 있던 진실에 다가선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한동안 보지 않았던 추리, 수사물들을 몰아 보기 시작했다.

<비극은 ‘그것’에 미쳐 있던 남자의 광기에서 시작되었다!>라는

글귀에 사로잡혀 읽기 시작하여, ‘정해심’의 입장에 순식간에 몰입되었다.

성범죄자들에게 가차 없기로 정평이 난 검사인 ‘나’의 아버지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믿을 수 없는 말.

 

남해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귀어해 새벽을 일으키는 어부로 살아가는 작가를 타고

바다처럼 넘실넘실 내게 다가왔다.

잔잔한 파도처럼 부드럽게 밀려오다가도 금세 집채만한 해일처럼 덮쳐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글의 흐름을 따라 읽다 보면

어서 빨리 다음 내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눈이 빨라졌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던 흥미진진함과

답을 알고 싶어 빠르게 다음 내용을 훑었던 호기심은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마침내 해소되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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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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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한 기분이 쏟아났다.’

라는건 어쩌면 동화 속 이야기에 더 가까운 말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모든 어려움이 사라집니다. 행복해집니다.’

라고 말하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냥 하염없이 걷다 보면

내게 있는 문제보다는

길거리의 풍경에,

가지각색의 사람들 모습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해진 목표 없이 걷다보면

그저 내 눈 앞에 닥친 문제에

두렵고 조급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면서

평소에는 쉽게 지나쳤던

일상을 들여다 보게 된다.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가 보이는가 하면,

아이들끼리 나누는 귀여운 대화가 들리기도 한다.

주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노래를 따라 흥얼거려보기도 한다.


 

사람을 보기만으로도 어지럽고 시끄러울땐,

인적이 드문 길이나

조용한 숲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유난히 맑은 햇살과 함께

반짝거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보인다.

운이 좋으면 나무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다람쥐나 청설모도 만날 수 있다.


 

모두 앞서 달려나가고 있는데

나혼자 뒤쳐져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만 같아

울적했던 요즈음,

책을 읽으며 걸어보았다.

책을 읽다 눈을 들어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유난히 푸르던 나무들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만 신경쓰며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빠르기대로 살아간다는 말처럼

앞서간 사람만을 좇으며 초조해하기보다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하며

온전히 내 스스로 낼 수 있는 빠르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책 내용 중에서>


 

걷게 되는 길이

숲이든 바닷가이든,

좁은 골목이든 요란한 도심이든,

산책의 끝엔

마음의 평화가 있길 바랍니다.

…

준비운동처럼 읽어주세요.

그리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 가볍게 걸어보세요.

「프롤로그」 중


 

자세히 들여다보면 …

일찌감치 열매를 내어놓은 나무들이 있는 한편,

이제부터 시작인 나무들도 있습니다.

아무도 초조해지지 않고 각자 다른 빠르기로 살아갑니다.

「각자 달라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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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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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 자들의 편지이다. 레지스탕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라고 하니 자투리 시간에 짬을 내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지는 않아 책의 첫장을 넘기는데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책을 펼친 이후에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있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은 죽기 직전의 순간에도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담대한 어조가, 일상 쓰는 편지처럼 보이는 말투와 분위기는 몇 배의 무게로 진중하게 다가왔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들에게 후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과 자신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든 자신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겸손함과 더불어 그로 인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싸우는 강인함이 엿보였다.


얼마 전, 우연히 읽게 된 트위터의 ‘유언 봇’이 올리는 트윗을 모아놓은 글이 생각났다. 여러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한 말을 모아놓은 글이었다. 할 일이 너무도 많은 때에 죽어야 하는게 한스럽다는 사람도 있었고, 대한제국은 망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자결을 한다는 이도 있었다.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한다며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다는 이도 있었다. 각자의 죽기 전에 남긴 말과 편지들이 이 책의 편지들과 오버랩되어 내 자신에 대해 내 죽음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사람은 적다. 본인만 해도 나에게 있어 이상적인 죽음을 두리뭉실하게 떠올려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내가 당장 내일, 아니 몇 시간 후에 죽는다면 나는 누구에게 어떠한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이 글은 서평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주관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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