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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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나쁜 녀석은 누구인가? 속죄의 소나타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다. 이번 작품도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빠른 전개 속도로 절대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룬다. 작가는 미코시바를 통해 묻는다.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 미코시바는 조폭의 고문을 맡고 있다. 미코시바는 조수에게 묻는다. "조폭과 악덕기업, 어느 쪽이 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가?(물론 나는 둘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친환경은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 처럼)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선이니까 악덕 기업 쪽이 더 선한 것이려나?

 

 지금의 사법 체계는 완전한가?

 

 그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다. 아니, 애초에 무의미한 것 같다. 그는 변호사이지만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 법 체계를 교묘히 이용하여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해 낸다. <속죄의 소나타>에서 처럼 이 작품에서도 배심원들을 동요시켜 원하는 판결을 얻는다. 요즘 보는 미드인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도 떠올랐다. 주인공인 앤널리스 키팅은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면서 재판을 이긴다. 그런 그들을 보고나니 마음 속에 의심이 싹튼다. 판사들의 판단과 배심원의 판단은 항상 옳은 것일까? 인간의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잘못될 수 있다면 사법 체계는 너무 불완전한 게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그런 한계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 법 제도 자체를 의심하면 사실상 질서 유지할 수 없어진다. 의심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현재의 제도 안에서 고쳐나가야겠다.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레이지의 어머니인 이쿠미가 살인 용의로 법정에 선다. 레이지가 찾아간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한결같이 묘사한다. 주변에서는 착했다. 평범했다. 보면서 얼마 전에 본

 

 그것이 알고 싶다가 생각났다. 화성 연쇄살인의 용의자인 이춘재의 주변인들도 그렇게 말하더라. 평범했다. 조용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괴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마음속의 괴물을 숨기고 산 것일까? 미코시바는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법의학자의 입을 통해 범죄자의 피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로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가 법으로 그들을 처벌해도 되는 것일까?

 

 올바른 처벌과 진정한 속죄는 무엇인가?

 

 많은 나라에서 정신병이 있는 사람을 일반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의도가 없는 범죄를 의도가 있는 범죄와 같게 처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년의 범죄를 성인과 같게 처벌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같은 판단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형량을 둘러싼 논란만큼 어려운 것이 처벌의 실효성 문제이다. 현대의 사법제도는 처벌보다 개도를 중시한다. 진정한 뉘우침 없는 처벌이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어떤 식으로 해야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종교에 귀의해서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과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 보여주기식 모범수가 양산되는 것이 옳을까? 이춘재도 감옥에서는 모범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기만 하면 될까? 어려운 문제다. 미코시바는 '죽지 않고 세상의 비난을 받아가며 정면으로 맞서 살아가는 것'으로 속죄를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악덕을 다룬 책이다. 그렇지만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끝까지 긴장하게 한다. 그리고 깔끔한 반전까지 선사한다. 추리 소설의 모든 미덕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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