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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홉 살은 과연 무슨 나이일까. 차라리 열아홉 살은 과연 무슨 나이일까 라는 질문이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열아홉이라는 숫자는 사람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시기, 바로 성인이 되기 직전의 시기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많은 고 3들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세상과 단절을 갖는 시기이다. 그러나, 아홉 살과 열아홉살은 크게 다르다. 아직 어린이라고만 생각되는 아홉 살. 그 아홉 살은 얼핏 보아서는 도대체 무엇이 특징일까 딱히 느껴지는 것이 없다. 그저 사람들과의 관계의 폭을 점차적으로 넓혀가면서 인생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그리워하면서 흐릿하게 돌이키는 유년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아홉살 인생의 꼬마에게 아홉살은,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시기이다. 그에게 아홉 살은 진정한 '우리 집'과 새로운 동네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느끼고, 생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얼떨결에 그린 그림이 상을 받은 일 때문에 잠시나마 우월감을 가져보기도 하고, 생전 처음으로 여자 아이를 좋아해보기도 하는.
작가의 말대로, 아홉은 특이한 숫자이다. 아홉 다음의 열은 더 이상 앞의 숫자들과 동질성을 지니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 나잇수가 두 자리로 바뀌는 열 살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선하다.아홉은 바로 그 열이라는 수 전에 있는 아슬아슬한 숫자이고, 그로 인해 좀더 또렷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나는 열 살이 되었다.. 이제 아홉살 인생의 꼬마는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적응했을 것이다. 그리고, 생애 최초로 두 자리 수를 써 넣던 열 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홉살의 추억을 마음 한 켠에 지니고 살아가리라. 그렇다면, 우리의 아홉 살 인생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혹시 나는 그것들을 아주 오랫동안 빛바랜 사진첩 속에 처박아두고 잊어버리지는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