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왜 불온한가 (김규항/돌베개)
김규항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김규항이 살아가는 방식은 무엇인가?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인간 김규항을 넘어, 지식인 김규항을 넘어, 인간이 바르게 살아가는 법이 여기에 담겨 있다.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2. 지식의 발견 (고명섭/그린비)
<지식의 발견>은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지식(책)’들에 대한 평을 모아둔 것인데 선정한 책들이나 책을 말하는 고명섭의 글 하나하나가 참으로 주옥같다. 다루는 책들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비평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식까지 얻을 수 있으니 참으로 유익한,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3.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알랭 드 보통/생각의 나무)
철학은 어렵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의 손을 거치면 철학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며 더 알고 싶어지는 모험의 공간이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몽테뉴, 소크라테스, 니체, 세네카,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등 6명의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어느 내용 하나 버릴 것 없이 풍부하며 흥미롭다. 읽어도 또 읽고 싶어지는 철학 입문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철학에 대한 무궁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4. 개 (김훈/푸른숲)
더 이상 김훈은 신인이 아니다. 남성만의 작가도 아니다. 국민작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개>는 그 현장이자 증거이다. 따뜻함과 애처로움이 공존하는 그 속에서 김훈의 힘을 만끽할 수 있다.


5.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당대)
‘가난’을 이야기하고 세상의 어두운 것을 이야기하는데 공선옥 만큼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도 없다.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는 그런 그녀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긴 공선옥 그 자체이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산문집은 보지 못했다.


6.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샘터사)
장영희가 신문에 기고했던 문학 관련된 에세이를 모아둔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문학을 이야기하는 책 중에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왜 으뜸인가? 좋은 책에 대한 정보는 기본으로 얻을 수 있으면 다룬 작품을 읽기 위해 서점에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욕구까지 자극하니 어찌 으뜸이라고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문학에 대한 진지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문학에 심취하고 싶은 마음을 뿌듯하게 채워준다.


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푸른숲)
이제까지 공지영 소설은 사람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그녀는 가슴을 파고드는 소설의 힘을 보여줬다. 공지영 소설의 한 절정을 확인할 수 있다.


8. 코핀댄서 (제프리 디버/노블하우스)
<코핀댄서>, 한 문장이면 설명이 끝난다.
“2005년 최고의 반전이 여기에 있다.”


9.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푸른숲)
이 책만큼 행동하게 만드는 책도 없다. 무슨 행동? 당장 연락하는 행동!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이지만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한비야, 그녀 덕분에 지도 밖 인생을 배울 수 있다.


10. 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노블하우스)
추리소설은 흥미진진하면 끝인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것을 증명했다. 추리소설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가슴을 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증거가 바로 <호숫가 살인 사건>이다. 입시와 결손가정 문제로 벌어진 살인사건의 잔혹함 뒤에 찾아오는 감동의 피날레, 콧등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11. 카스테라 (박민규/문학동네)
엉뚱한 작가 박민규, 그가 있어 한국문학은 생동한다. 그런 작가의 첫 단편집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기쁨이 담겨 있다. ‘난데없음’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은 삼천포요, 1등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꼴찌가 아름답다 말하는 박민규 소설이 참으로 난데없이 풀려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박민규에게 반하고 말 것이다. 더불어 한국 소설의 가능성까지 엿보며.


12. 신화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문학동네)
신화는 무엇인가?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외우는 것이 신화인가? 답도 모른 채 신화를 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신화의 역사>가 그 답을 알려주었으니까. 신화가 소설 속에서, 그리고 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신화의 역사>는 과감하게도 인간의 역사와 신화의 역사를 동일화시키는 놀라운 주장까지 펼치는데 그 주장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13.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왕주/효형출판)
이왕주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의 등장은 한국 철학계의 혁명이다. 철학을 공부하던 사람들만 철학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철학을 즐길 수 있다고 선포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영화를 통해 그것을 알려주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매혹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무궁무진한 ‘앎의 즐거움’까지 보장하니 분야에서 단연 돋보인다.


14.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화국제포럼/필맥)
신자유주의론자들은 교묘하게 세계화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요했다. 또한 비판이 있을 경우 대안 없는 비판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행태는 끝낼 때가 됐다.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만큼 세계화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세계화의 정체를 밝힌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 적도 없었다.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있는 자’들의 농간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15. 사색기행 (다치바나 다카시/청어람미디어)
여행은 도대체 무엇인가? 다치바나 다카시에게 물어보자. <사색기행>이면 ‘나’를 깨우치는 여행, 그것을 깨우칠 수 있다. 더불어 주류언론에서는 절대 다루지 않는 세계의 현장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사색기행>, 멋진 여행책이다.


16.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움베르토 에코/웅진닷컴)
에코가 쓴 동화라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따뜻하고, 똑똑하고, 유쾌한 동화 세 개가 모여 있는데 참으로 그 솜씨가 일품이다. 어린이들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


17.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교양인)
언제부터인가 페미니즘이 진부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희진의 글과 함께 페미니즘의 필요성은 생명력을 얻는다. 누가 페미니즘을 진부한 것이라 말할까? <페미니즘의 도전> 속에서 페미니즘은 진보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18.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은행나무)
무슨 까닭일까? <우리는 사랑일까>보고 나니 다른 연애소설은 눈에 안 들어온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우리는 사랑일까>가 너무 잘나서 그런 건가? '최고'라는 수식어가 정말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19. 부여현감 귀신 체포기 (김탁환/이가서)
‘선/악’의 대립을 그린 판타지들이 대세를 이루던 때, 홀연히 나타난 김탁환의 <부여현감 귀신 체포기>, 따스한 그림들하며 무궁무진한 상상력까지 조화를 이룬 일품의 솜씨를 자랑한다. 동양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역사소설로 그 분야의 획을 그은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20.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사계절)
난장이로 태어난 바르톨로메의 인간 극복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난장이, 즉 기형아인 바르톨로메는 아버지의 냉대 속에서도 글을 공부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공부의 '인간개'가 되어서도 마찬가지. 자신 속에 있는 화가를 깨닫게 되어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극복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이 모습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과 한데 어울려 환상적인 상상력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2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여행2 (박경철/리더스북)
시골의사 박경철,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파고든다. 유려한 글 솜씨 때문은 아니다. 그렇다고 화려한 직업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소재 때문도 아니다. 진실성, 그것 때문이다. 이웃에 대한 대해,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진실함이 가득하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여행2>, 종일 콧등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감동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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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놀자 > 고흐의 영혼, 그리고 가을..



가을은 사랑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더 애타게 사랑하게 됩니다

가을은 진실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욱 진실해집니다  
단풍잎을 말갛게 비추는 햇살을 보면서 
내 마음을 지나가는 생각들도 
그렇게 밝고 깨끗하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가을은 감사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많이 감사하게 됩니다. 
씨앗이 열매가 되는 것을 보고 
곡식을 거두는 동안은 내리지 않는 비를 생각하면서 
우리 살아가는 중에 감사할 일이 참 많음을 알게 됩니다

가을은 평화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평화를 얻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원칙과 질서에 따라 꽃 피고 잎 피고 
열매 맺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우리 마음의 좋은 생각들도 
언젠가는 저렇게 열매맺을 것을 알기에 
우리 마음에는 평화가 흐릅니다

가을은 여행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먼 곳의 이야기를 또렷하게 전해 줄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만이 알고 있는 길을 따라 
먼 그리움의 여행을 떠납니다

가을은 선물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누구에겐가 전할 선물을 고룹니다
풍성한 오곡백과, 맑고 푸른 하늘,
다시 빈 손이 되는 나무를 보면서 
내게 있는 것들을 빨리 나누고 싶어 
잊고 지낸 사람들의 주소를 찾아 봅니다

가을은 시인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시인이 됩니다
쓸쓸하게 피어 있는 들국화 
문득 떨어지는 낙엽 한 줌의 가을 햇살  
짝을 찾는 풀벌레 소리에  가슴은 흔들리고 
우리는 시인이 되어 가을을 지나게 됩니다

  
마음이 쉬는 의자中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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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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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때가 많이 묻어온 커버. 이런 소장용 책은 코팅처리해주면 안되나?

뒷면 (도대체 책을 어디에다 보관한거야? 먼지구덩이?)

표지를 벗기니 깊은 블루의 하드커버가 나온다.

이 책에 글을 올린 저명한 작가들의 명단, 짜자잔.

흠, 이런 상태로 책읽으면서 걸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아 (장애물만 없다면)

사다리란 상징을 통해 현실과 초현실의 공존을 설명 (글과 그림을 함께 감상해야만 한다. 모름지기 그게 일러스트레이션의 존재이유라고나 할까)

다리 아래 책을 달고 날아가면 결코 혼자가 아니다

여행기에 딱 맞는 그림. 책으로 받쳐진 저 계단을 올라가서 저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들어가나 볼까?

오오옥!!!! 하비레르 토메오가 크빈트 부흐홀츠의 바로 그림에 관한 글을 쓰다. 독서삼매경이란 흔한 클리셰가 무색한 그림이다.

바다, 등잔, 책들, 그리고 따뜻한 차.

가까이 오렴..그리고 책의 혀와 애정에 넘치는 키스를 나누었다.

그림 속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저 단어의 맛이란?
어쩜 팔딱 팔딱 뛰지 않을까?
생으로 먹는 걸까, 익혀먹는 걸까?

오르한 파묵의 글이 있다. 너무 마음에 드는...

수잔 손탁의 글이 있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 맑은 달과 은빛 공기 무성한 잔디밭에 누워있다. 대지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페터 회의 글 (그래, 그래. 스밀라!). 그림과 달리 크빈트는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즉, 저 한권은 이 열권의 가치에 맞먹는다는 말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크빈트가 저 그림을 통해 하고픈 말은 뭐였을까?

책 커버에 실린 다른 책들 광고는 다른 책으로의 도약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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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에곤실레, 따라 그리기...
에곤 실레 - 에로티시즘과 선 그리고 비틀림의 미학 재원 미술 작가론 9
박덕흠 지음 / 재원 / 2001년 1월
절판


처음 그를 안 건, 미술치료 강의에서 였다. 고흐, 모딜리아니, 프리다 칼로와 함께, 가장 '연구 해 볼 만한' 심리의 소유자.
처음 만난 그의 그림은...한숨이 날만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서 아름다움...의 새로운 지표 하나를 찾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대신, 가슴으로 공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159p '얼싸안은 두 여자' 1915.

얼싸안은 두 여자..라는 제목이지만, 사실 뒤의 여자의 얼굴은, 아마도 인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몸은 또, 여자가 아닌 남자의 근육 같기도 하고.

시선을 돌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의, 도발적이면서도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든다.

따라그리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페이퍼에도 밝혔듯이 일종의 '오지랖 넓은 진혼곡'이다. 아픈 삶을 짧게 살다간 화가, 세상에 이해받지 못한 그의 고통을 조금은 위무해 주고 싶었다. 그의 작품을 내 방식대로 부드럽게, 아름답게 쓰다듬으면서....
하긴, 이 작업은 에곤 실레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일이다. 그냥, 나 나름의 독후감일 뿐.

뒤표지. 서 있는 누드. 1910
그림 속 소녀는 아주 어리다. 미숙한 젖가슴과 동심의 빛을 잃지 않은 이마.
아마 이 아이는, 이 모양새를 엄마에게 들키면 얼마나 혼이 날까...하는 생각과 젊고 재능 있어 보이는 화가의 모델이 된다는 유혹적인 영광 사이에서 무진 번민하고 있을 것이다.
도톰한 입술이 참 어여쁜 아이. 하지만 결코 예쁘지만은 않은 그림. 실레는, 도대체 이 여자아이에게서 무엇을 읽어내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역시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단박에 탄로난다. ㅡ,,ㅡ 머리와 몸의 각도가 아주 조금 틀어졌을 뿐인데도, 내 그림 속 여자아이는 허리에 깁스라도 한 듯 뻣뻣하네....
하지만 꼬마 아가씨, 그 귀여운 입술을 최대한 이쁘게 그려주려 했으니, 결레를 용서해 주길....

팔꿈치에 무릎을 대고 앉아 있는 여자, 1914
결코 아름답지 않은 몸, 한 점의 수치도 없이 화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풀어진 그 모습이...내게는 일종의 경이, 로까지 보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는 참혹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꽃으로 미화된 조지아 오키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예쁜 선..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주 마른, 불쌍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ㅎ...

엄마와 아이, 1910

작품명은 엄마와 아이...그렇지만 내 그림 속엔 아이는 없다. 어쩐지, 이 요염한 여인에게서 엄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
스스로를 편견 없이 열린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런 의외의 보수성에 맞닥뜨리면, 흠...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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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57)

11월도 어느덧 중순이다. 지난주 한겨레 책.지성 섹션에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칼럼을 읽었다. '올해의 책으로 뽑을 책이 없다'라는 제목이었다. 시작은 이렇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해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혁혁한 성과를 낸 책이나 출판사를 꼽아보는 일이 늘었다. 나 역시 책을 추천해달라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하지만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그런 물음에 답할 책을 별로 찾지 못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로선 특별히 고민할 일도 아니지만, 올해의 책이 없다는 출판전문가들의 견해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판단의 비교기준이 되는 책은 2000년말부터 출간되기 시작해서 작년에 12권으로 완간된 <한국생활사박물관>(사계절) 시리즈라고 한다(아직 소장하고 있진 않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본 책이다). 무엇보다도 책의 디자인이 탁월하다고 하는데, 그 시리즈의 아트디렉터인 김영철씨가 최근에 디자인한 책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휴머니스트)라고. 북디자인을 보고 책을 사는 일이 워낙에 드문지라 조만간 읽어볼 성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앞으로 우리 출판계는 이런 책들을 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감한 진단 앞에서는 괜히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출판환경이 그만큼 나빠진 모양인데, 한소장이 거론하고 있는 문제점은 인터넷서점들과 관련되는 것들이다: "인터넷서점들은 책의 입고율을 심하게 낮추고 있다. 게다가 경품,쿠폰, 광고 등 인터넷서점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주면 출판사는 책을 팔아봐야 적자다. 실제로는 출판사들이 죽을지 뻔히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낮춰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책의 질은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으며, 출판시장에서 다양성과 창의성과 혁신성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한 해를 대표하는 출판물을 뽑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라도 출판계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내가 출판계의 자구노력에 동참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단지 좋은 책을 많이 산다, 정도가 나의 몫인 듯싶다(책값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더라도). 더불어, 좋은 책에 대한 입소문 정도는 많이 내줄 수 있으리라. 최근에 나온 책들에 대해서 줄기차게 떠벌이는 것도 자칭 그런 소문 진작의 일환이다. 그래도 이 연재와 관련한 땡스투 마일리지가 한달에 8000점까지 되는 걸 보면 헛짓은 아니겠다. 그걸 변명삼아 맘에 드는 책 몇 권에 대해서 잠시 또 입담을 늘어놓도록 한다.

 

 

 

 

맨처음에 꼽을 책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박영률출판사). 이번에 새로 나온 게 아니가 작고한 김붕구 선생의 옛 번역본(성문각, 1976/1984)이 재출간된 것이다. 당시엔 7권짜리 '루소 전집'도 나왔었고 <고백>(혹은 <참회록>)만 하더라도 네댓 종의 번역서들이 즐비했었다. 하지만, 다 과거지시이고,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구할 수 없었던 게(특히나 가로본으론) 루소의 자전적 주저인 <고백>이다. 흔히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또한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톨스토이의 <참회록>(범우사)과 함께 세계 3대 고백록으로 꼽히기도 하는 작품(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런 데 약하기 때문에 언급해 둔다).

다소 분량이 많지만(719쪽), 그게 오히려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진작부터 이 책을 소장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국역본을 구하지 못했었다. 해서 옥스포드대학의 영역 문고본을 갖고 있는 데 만족하고 있었는데(작년에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어본을 들고 내내 망설이다가 중량이 부담스러워 끝내 놓고왔었다), 이번에 구색을 맞추게 되었다. 자전적인 내용인 만큼 객관적인 전기와 같이 읽어보는 것도 유용할 듯싶은데, 게오르크 홀름스텐의 <루소>(한길사, 1997)를 추천하겠다.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있었던 책. 저자인 홀름스텐은 로로로시리즈의 <볼테르>로 썼는데, 아직 국역서가 나오고 있지 않다(내가 고대하는 책이다).

 

 

 

 

루소와 볼테르, 당대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대비가 아주 흥미로운데('듀오그라피'감이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선 볼테르가 홀대받고 있는 듯하다(한국에서 볼테르는 <캉디드> 하나로, 말 그대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그나마 읽을 만한 책은 내 견문으론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문예출판사)이며, 거기서 저자는 '볼테르와 프랑스 계몽운동'에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볼테르'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강준만 교수의 최근작은 <한국 논쟁 100>(인물과사상사)이다. 그럼, '한국의 루소'는 누구인가? '급진 좌파'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이 다섯을 모두 고아원에다 맡길 만한 위인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군(자기 자녀 교육에 공들이는 '좌파'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루소의 책들을 나열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또다른 주저들인 <에밀>과 <사회계약론> 정도를 구경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대신에 아직 국내 불문학계에서 그만한 저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을 듣는 <보들레에르>(문학과지성사, 1997)의 저자 김붕구 선생의 번역서 몇 권을 음미해보도록 하자.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부터, 앙드레 말로의 <왕도로 가는 길>, <인간의 조건>, 그리고 스탕달의 <적과 흑>. 나는 <지상의 양식>과 <적과 흑> 정도는 (현재의 판본들이 아니지만) 김붕구 선생의 번역으로 읽은 듯하다. 젊은 날의 양식들.

 

 

 

 

두번째 책은 이미 각 언론의 북리뷰에서 크게 다루어진 책, 애덤 팬스타인의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이다. 제목 그대로 칠레의 대표 시인 네루다(1904-1973)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이고, 작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나왔던 만큼 방대한 분량(730쪽)과 읽을 거리를 자랑한다. 책에 대해서는 이미 일간지들에서 다룬바 있으므로 나는 좀 다른 얘기들을 덧붙이겠다. 사실, '네루다'란 이름이 내게 각인된 것은 정현종 시인 덕분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민음사, 1989)를 번역하기도 했지만, 네루다는 정현종 시인의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서슴없이 꼽았던 시인이다(로르카가 차석쯤 될까?). 하니 네루다의 전기는 그의 시집들과 같이 읽어야 제맛이겠다.

한편으로 네루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네마 천국>으로 잘 알려진 배우 필립 느와레가 네루다 역으로 나왔던 영화 <일 포스티노>(1994)이다. 그 원작소설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인어와 술꾼들의 대화>(솔, 1995)란 시선집은 종로의 코아아트홀에 영화를 보러갔다가 받아온 시집이다. 그밖의 시집으로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문학과지성사, 2000), <100편의 사랑 소네트>(문학동네, 2004)가 더 번역/소개돼 있다. 그 정도면 네루다에 빠져볼 만하겠다.

 

 

 

 

세번째 책은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만능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미의 역사>(열린책들)이다. 영역본은 작년 이맘때 나온 걸로 돼 있다. 소개에 따르면, "'미'라는 관념이 고대의 입상에서부터 기계 시대의 미학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예술과 미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한 모든 것에 대한 웅대한 역사를 담아냈다. 회화, 조각, 건축을 비롯하여 영화, 사진, 뉴미디어에서 가져온 넉넉하고 화려한 도판과 문학과 철학, 예술가들의 자전적 증언을 통해, 미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천을 압축해 보여 준다." 원래 중세미학 연구로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던 만큼 이 걸출한 기호학자가 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만 상당한 분량에 상당한 책값이 다소 부담스럽다.

에코의 책은 제목만으론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민음사, 1995)를 바로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크리스테바 책의 영역본은 'Tales of love'(1987)이고 내용도 말 그대로 '사랑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불어의 'histoire'가 두 가지 의미를 다 갖고 있지만 이 경우에 '역사'란 역어는 약간 오버다). 한편, 임춘갑 교수의 번역본이 몇 달전 재출간된 키에르케고르의 <사랑의 역사>(다산글방, 2005)에서도 '역사(役事)'는 'work'란 뜻이다. 해서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랑의 역사'를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미의 역사'에서 바로 '체위의 역사'로 건너뛰는 것. 이런 게 한국식 속도전인가?     

 

 

 

 

더불어, 에코의 제자로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강의>(열린책들, 2003) 등을 옮긴 바 있는 김운찬 교수의 <현대 기호학과 문화분석>(열린책들)도 언급해둔다. 말 그대로 기호학 입문서인데, 목차상으론 상당히 광범위한 내용을 카바하고 있다(실제적인 분석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김광현 교수의 <기호인가 기만인가>(2000)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입문서로 보인다. 현재 나와 있는 '너무 많은' 입문서들이 평정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미'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보는 책은 '영화가 사랑한' 시리즈이다. 얼마전 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아트북스)가 나왔고 그 전에는 정장진의 <영화가 사랑한 미술>이 출간됐었다. 미술값, 사진값 하는 책들로  보이는데, 한창호의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돌베개) 같은 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주변에 리뷰해 줄 이가 없는 게 유감스럽다).

 

 

 

 

네번째 책은 자연과학계에서 에코와 맞장뜰 만한 스타 지식인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조상이야기>(까치글방)이다. 에코가 미의 역사를 거슬러내려왔다면 도킨스는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 순례여행의 형식을 그는 영시(英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빌려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초서의 이야기에서는 모든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출현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류가 길을 떠나면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들과 차례대로 합류한다는 것이다. 이 합류 지점은 도킨스는 '랑데부'라고 하며, 인류와 함류하는 순례자 무리의 가장 최근 공통 조상을 '공조상'이라고 부른다."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들의 조상을 찾기 위한 이 순례에서 고작 40번의 랑데부를 통해서 모든 생물의 공통조상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여정이 어찌 경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책들을 툭툭 써내는 도킨스도 경이롭다.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도킨스와는 달리 횡으로 펼쳐놓은 에드워드 윌슨의 <생명의 다양성>(까치글방, 1995)와 나란히 읽으면 좋겠다.

한편, 도킨스식의 진화론을 수용하면서도 그 무신론적 함의를 반박하는 <다윈 안의 신>(지식의숲)도 신간이다. 과학과 종교간의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저자 존 호트 교수에 따르면 다윈주의가 종교에 대한 이해에 나름의 빛을 던져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진화생물학이 원칙적으로 종교와 생명 자체에 더 할 나위 없이 깊은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진화를 유전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유전자들의 맹목적이고 비인격적인 흐름뿐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이기는 하다. 여기까지는 도킨스가 옳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유전자 눈높이에서 생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신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이는 다섯 살배기 아이가 자기 나름의 차원에서 멜빌의 <백경>을 읽어도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여기서 도킨스와 호트의 대결은 <캔터베리 이야기>와 <백경>의 대결이기도 하다. 짐작에 호트의 입장은 '목적론적' 진화론이라는 진화론적 신학을 정립한 테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의 <인간현상>(한길사, 1997)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도킨스가 절대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이 '목적(end)'의 유무라는 게 알튀세르(<철학에 대하여>)에 의하면 관념론과 유물론을 가르는 기준이다(유물론이란 어떠한 목적론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과 종교, 혹은 유신론(관념론)과 무신론(유물론)은 어떻게 조화와 상생에 이를 수 있는가? 얼핏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생명현상으로서의 자연 자체를 신으로 간주하는 것 정도이다. 즉, 신을 초월적 존재자나 초월적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한데, 그 경우에도, 즉 (헤겔-지젝을 따라) '0'을 '1'로 카운트하는 경우에도 신학은 여전히 신학인가? 내가 대략 갖게 되는 의문은 그것이다(참고로 국내에는 제대로 번역된 <백경>이 나와 있지 않다. 우리가 주로 대하게 되는 번역본은 '똑똑한 다섯살 배기'라면 읽을 수 있는 아동용 축약본이 대부분이다. 즉, "읽어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백경>을 우리는 아직 안 갖고 있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젊은 '사회화학자' 고병권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그린비)이다. 이미 니체와 마르크스에 관한 저역서로 잘 알려진 역량있는 연구자인 저자는 학부 화학과를 나와서 사회학과에 진학해 니체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고 이어서 화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남들이 보기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신간은 그의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다듬은 것이다(이젠 특이할 것도 없지만, 한국에서도 외국박사 못지 않은 논문들을 써낸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저자의 머리말을 읽어보았는데, 제목의 '마법의 사중주'에 대한 해명은 이렇다. "나는 근대 화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무엇이냐'고 묻는 대신 '어떻게 산출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근대의 시장, 국가, 사회, 과학에 주목했다. 화폐를 통해 상품을 거래하고 채무를 지불하는 시장, 화폐를 발행하고 그 질서를 관리하는 국가, 화폐적인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는 사회, 부(富)와 관련해서 화폐를 개념화하고 화폐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제공하는 과학. 이 네 요소들을 나는 화폐거래네트워크, 화폐주권, 화폐공동체, 화폐론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사중주이다. 그리고 저자는 "근대화폐를 이 네 요소들로 이루어진 성좌(constellation) 내지 구성체(formation)로 이해한다."

거기까지는 따라가볼 수 있는데,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 "고대의 어느 철학자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음악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모든 별들은 음악적 조화 속에서 운행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화폐의 운행 속에서 어떤 노래를 듣는다. 상품들 사이에서, 권력들 사이에서, 인간들 사이에서, 개념들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들." 해서 감탄하는 수밖에. 화폐의 운행 속에서 주로 내가 듣는 소리는 빈 깡통 소리이거나 하늘 같은 마누라의 잔소리뿐이기에.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이 신간을 읽고 나면, 또 누가 알겠는가? 나도 화폐의 운행 속에서 쩔렁거리는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이왕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화폐와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저작으로 문외한인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책은 케인즈의 <화폐론>(비봉출판사, 1992)이나 짐멜의 <돈의 철학>(한길사, 1983) 등이다. <돈의 세계사>(까치, 1998)나 <금과 화폐의 역사>(까치, 2000) 등은 돈 생기면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하긴 갖고 있는 책으로 자크 르 고프의 <돈과 구원>(이학사, 1998)도 아직 안 읽어봤으니 돈으로 구원받기는 그른 셈이 아닌지 걱정된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화폐와 언어'의 문제이다. 이미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민음사, 1997)에서부터도 언어의 체계를 설명할 때 화폐는 주된 참조대상이었다(<일반언어학강의>는 현재 절판되었다. 소쉬르의 책을 서점에서 사 읽을 수 없는 '아주 드문' 나라가 한국이다). 가라타니 고진의 <은유로서의 건축: 언어, 수, 화폐>(한나래, 1999)가 이쪽으로는 유익한 참고문헌이고, 김상환 교수의 <니체, 프로이트, 맑스 이후>(창비, 2002)에도 '화폐, 언어, 무의식'이란 글이 실려 있다.

참고로, 혹은 보너스로 말하자면, 돈에 가장 궁색했으며 작품에서 돈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러시아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이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와 구원'의 문제보다 더 감동적인 테마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돈'이다. 그걸 놓친다면, 도스토예프스키 읽기는 '내용없는 심오함'에서 멈추게 될 것이다.

05. 11. 15.

 

 

 

 

P.S. <해석에 반대한다>(이후, 2002), <급진적 의지의 스타일>(현대미학사, 2004)에 이은 수잔 손택의 세번째 에세이집 <우울한 열정>(시울, 2005)이 출간됐다. 원제는 '토성의 영향 아래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자 이 걸출한 에세이스트에 대해서 본문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따로 페이퍼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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