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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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취한 음식이 곧 그 사람이 된다’는 말처럼
나는 ‘그 사람이 겪어온 경험들이 그 사람을 만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경험치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는 선택의 문제다.
일제 강점기를 거처 한국전쟁을 지나오는 과정에서의
수많은 굶주림과 죽음들이 무감각해 질만도 할 그 처참함 속,
척박하고 험난하고 피폐한 경험을 통해
울분과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차버린 사람이 있고,
자신안의 슬픔과 고독의 밑바닥을 훑어내어
그 곳에 작고 미약하지만
따스한 온기와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흔하지 않기에 우리는
그를 ‘천사’라도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천사와도 같은 권정생선생님의 이야기다.
‘강아지똥’과 TV드라마로도 방영되었던
‘몽실언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을 썼던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강아지똥을 읽으며,
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이렇게 따뜻한 글을 썼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글에는 그 사람의 품성이 담기는 법이다.
일생을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가장 낮은 곳일지라도 감사히 여기며
그럼에도 더 나누려 몸을 한껏 옹송그린 채 살았던
권정생선생님의 거룩한 품성에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천한 것들과 무용한 것들 하나조차도
존귀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그 시선을
아름다운 작품들로 남겨 우리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권정생선생님의 삶을 볼수록
나 또한 자꾸 낯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투명하고 맑은 것을 마주하면 내 모습이 비치는 법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외면하고 싶어지는
나의 탁한 모습들을 마주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고운 시선을 그의 삶을 통해 배운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서열을 매기고 더 높은 곳만을 좇아가느라 정신없는 현대인들에게.
우리 곁엔 아직 귀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안 어딘가의 한 켠에도 자리하고 있을 그 따순 마음을,
이 부끄러움을 통해서라도 조심히 꺼내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나 또한 조금은 살만한,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이것이 권정생선생님의 삶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 온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길 소망한다.
제목 그대로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독서 또한 개인의 자유라 책을 돌처럼 바라보는 애들의
선택도 존중했던 나지만,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라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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